[세평시평] 감귤FTA대응 제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한ㆍ미FTA체결은 세계화의 질서이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은 이념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대한 무역장벽 해체는 제주농업에 커다란 충격과 최대위기가 봉착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에 대응하기위하여 지방정부에서는 농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전문가 특별기회단 운영, FTA태스크 포스 시스템(task force system) 운영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런 조치들이 극히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급한 기획에는 제도만 찾을 뿐이다. 지금 봉착한 난관을 극복하는 길은 손실보상 제도가 아니고 과학적 기술이다. 지금 기술을 찾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나간 일들을 들추어서 미안 하지만 지금 이난관은 20년 전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uguay Round) 협정에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그 후 1994년 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체제에서 지금은 FTA체결 등으로 경제는 국경없이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20년 전부터 지방정부에서는 세금 받은 돈으로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 일은 이익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생산자에게 맡길 수 없고 지방정부가 세금 받은 돈으로 해야 했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직장에서 승진과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세계의 무역질서 변화에는 남의 일처럼 놔두어서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자명한 것이다. 누가 책임 질것인가…. 그래서 위급한 상황에 대응은 제도보다 그것을 처리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제도가 중요한가, 사람이 중요한가의 문제는 끝없는 토론의 대상이다. 제도를 중시하는 사람은 제도만 바꾸어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후진국문제를 제도로 접근했던 사람들의 맹점도 그것이었다.
선진국의 민주제도만 도입하면 후진국에서도 자연히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라크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무력으로 후세인정권을 몰락시키고 민주주의를 이식 해주면 민주국가가 될 것으로 생각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는 선거까지 치렀는데도 민주주의는 커녕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변화가 중요하다. 왕조든, 봉건사회든, 산업사회든, 정보화사회든 어디서나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사람이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암담한 사회를 밝고 희망찬 사회로 바꾸려면 구성원 모두 도덕적 관습적으로 사회의 이념에 맞는 가치관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관습적으로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대한 윤리적, 종교적 접근은 자칫하면 공허 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제도와 사람, 정치와 종교를 이분법적으로 보거나, 혹은 상반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무폭력 사회운동가였던 마르틴 킹 목사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개인의 영혼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개인의 영혼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깨끗한 영혼들이 많아야 밝은 사회를 이루고, 사회가 건강해야 깨끗한 영혼들이 살아 갈 수 있다. 밝은 사회를 조성하려면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빈곤을 해소해야 한다.
상대적 빈곤을 해소하는 문제는 좀 복잡하다. 심리적, 사회적, 의식적 측면이 얽혀 있다. 소득, 생활측면으로 볼 때는 분명히 과거에 비해 잘살게 되었는데 주변과 비해 못산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에 혁명이 일어나는 까닭은 절대적 빈곤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 때문이라는 이론도 있다. 가진 자들이 겸손과 자신의 명예와 부를 자제(自制)할 때 깨끗한 영혼들이 살 수 있는 밝은 사회로 한발 다가 설수 있고, 한 ㆍ미FTA대응에도 일익이 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