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오늘의 교육사회를 고민하다

2007-05-08     제주타임스

우리 어린이들은 초등학교에 갓 입학 하고 들어가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 지가 큰 고민이다. 또한 선생님들도 고민을 하고 있다.

양지승 어린이가 실종 39일 만에 인근 과수원 고물쓰레기 더미에서 숨진 채 발견 되었다. 소식을 듣고 나는 쇠망치로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남의 일이 아니고 내 일이요 내 이웃의 일이요 바로 내가 몸담아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어린이 유괴사건만큼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용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처음 실종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나는 그래도 설마하고 희망을 가졌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세상 엄마들에게 있어 이 충격적인 비보는 한 가닥 실날같은 희망마저 잔혹하게 짓이겨 놓았다. 오늘 현재의 충격일 뿐 아니라 내일도 불안하다.

 이 같은 사건이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예전에 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엔 이런 문제는 없었다. 아니 생각지도 않았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가르치셨다.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물었을 때 친절하게 안내해 드려야 하고 무거운 물건 든 사람을 만나면 도와드려야 하고 차안에서 웃어른께 자리를 양보해야 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착한 어린이들에게 ‘착한 어린이상‘을 주시고 아침 조회 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훈화를 하시며 칭찬을 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그렇게 배웠고 나 또한 선생님이 되어 30여년이상 사랑하는 나의 제자아이들에게 배운 대로 그렇게 전수하며 교직에 임했다.

지금도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어떤가? 그 정반대다.

실종사건이 보도되던 날 마침 이웃집에 볼일이 있어 가게 되었다. 이웃집 젊은 엄마도 자기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교육 중이었다.

“엄마아빠 차 말고는 절대로 타지 말 것. 아는 사람이든 모른 사람이든 길을 물었을 때 절대로 가르쳐 주지 말 것. 엄마나 아빠부탁으로 데리러 왔다고 해도 절대로 믿고 따라가지 말것. 무거운 물건이나 짐을 든 사람을 만나도 도와드리지 말 것. 엄마나 아빠가 주는 음식 외에는 절대로 받아먹지 말 것.” “엄마,그럼 학원 갈 때 학원차 타야하는데 어떡하지? 학원에서 선생님이 간식도 주시는 데 어떡하지?“ 교육을 받던 아이의 어리둥절한 질문에 엄마도 잠시 말이 막혔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과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말씀? 아니면 엄마의 말씀? 혼란스럽고 헷갈릴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웃집 엄마처럼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칠판에 써놓고 내용 그대로 가르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가르칠 수도 없고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과학도 넉넉하고 풍부한 물질문명도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진 못한다. 인성을 무시하고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오늘날 ‘사람’이 빠진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이 빠진 경제제일주의인 지식위주의 교육이 되다보니 아름다워야 할 사회가 험하게 무너지고 있다.

이보다 더 어렵고 가난했던 시대에도 아이들은 걱정 않고 맘 놓고 건강하게 뛰놀며 자랐다. 좀 못 먹고 못 입고 배고프면 어떠랴! 우리 아이들 만이라도 서로 믿고 이 땅위에서 맘놓고 기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 경제도 중요하고 정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있다.

‘사람’귀한 줄 알게 가르치는 인성 교육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기 권력 잡기만을 위하여 급급하고 경제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어 경제 살리기에만 급급하다보니 이 지경이 되었다.

어찌할 것인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지 않던가! 더 늦기 전에 교육에 심혈을 쏟아야 할 때임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고   길   지
소설/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