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린이 안전습관, 집에서부터
으~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눈 깜짝하는 사이 놀이터 시소에 부딪쳐 울고 있었다.
이제 17개월 된 사내아이. 걸음마를 배운 이후로는 쉬지 않고 돌아다닌다. 균형감각을 잃어 넘어지고 집안 곳곳에 부딪치기 일쑤다. 하루에도 몇 번씩 “쿵”하는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다들 이러면서 큰 다고 하지만 당사자인 부모 마음은 너무도 안쓰럽고 아프다.
요즘 화창한 봄날씨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푸르름이 묻어나는 5월은 특히 바깥 나들이가 잦아지는 시기라서 어린이들이 낙상 등 안전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된다.
아이들은 어려서 사리판단도 잘 못하고, 안다 해도 행동으로의 표현은 더욱 어렵기 때문에 항상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모든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안전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아이를 키우다보면 하나를 가르치면 둘 이상을 깨우치는 신기함을 자주 느낄 것이다. 우리 아이는 소화기를 안다. 돌 이후부터 그냥 TV 화재장면이나 집에 있는 소화기를 보면서 설명했던 것이 언제부턴가는 아이가 먼저 화재장면이 나오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화기를 가리킨다.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어느 초등학생이 어릴 때 배웠던 안전교육대로 침착하게 대응해 무사히 대피했던 사례도 말해 주듯이 우리 아이가 지금은 어려 직접 소화기를 사용할 수 없겠지만 어릴 때부터 배여든 안전의식이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침착한 대처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린이 사고예방의 최대의 지름길은 어린이들의 안전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소방방재본부는 유원시설 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다양한 119체험행사를 마련하는 등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전개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아이의 안전습관을 기르는 최고의 선생님은 아이가 가장 먼저 보고 듣고 배우는 부모일 것이다. 집에서부터 시작되는 안전습관, 이것이 언젠가는 놀라운 진가를 발휘할 것임을 확신하기에 나는 오늘도 우리 아이에게 또 하나의 안전을 가르치고 있다.
김 현 정
제주특별자치도 소방방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