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묘문화가 바뀌고 있다

2007-04-29     제주타임스

제주도민들의 장묘문화가 뿌리깊던 매장 위주에서 화장(火葬) 중심으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지난 3월 19일부터 이 달 18일까지 한 달 동안 20세 이상 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장사(葬事)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4.2%가 화장을 선호했고 17.8%는 매장을 희망했다.

38%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화장을 선호하는 경우는 제주시(동지역)가 52.6%로 가장 높았고, 서귀포시(읍·면지역)는 28.4%로 낮았으며, 또 연령이 낮을수록 화장을 선호했다.

이 같은 화장선호 비율은 전국적으로 보면 낮은 수치에 속한다. 정부에서는 묘지증가로 인한 국토잠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화장·납골제도의 확대 보급에 노력해 왔다.

이와 함께 화장서약 운동 등 화장문화 확산을 위한 각종 홍보활동을 전개한 결과 화장률이 연간 평균 3.5%씩 증가하여 2005년도에는 전국 화장률이 52.6%에 이르게 됐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10년께에는 화장률이 7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제주도의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화장선호 비율이 전국 화장률에 못 미치지만 도시지역(동지역)에서는 전국 화장률과 같은 비율을 보임으로써 도시지역의 경우 화장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농촌지역(읍·면)은 여전히 매장문화가 지배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로 인해 ‘묘지강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토가 묘지에 잠식돼 왔다.

하물며 좁은 섬 지역인 제주도로서는 묘지로 인한 토지 잠식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장사방법에 대한 의식이 화장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화장을 장려하기 위해 행정당국이 해야 할 일로 화장료와 납골당 사용료 감면, 납골묘 설치비 지원을 든 것은 현실적으로 화장률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행정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개선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