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깡통 구급차', 이래도 되나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화됨에 따라 여러 가지 사고와 많은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사고와 재해를 예방하고 이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위기관리체계를 갖추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체제에도 구조적 측면과 운영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난다.
특히 위기관리체제의 한 축(軸)으로 운영되고 있는 소방구급 업무의 경우 인력과 장비면에서 많은 취약점을 내재하고 있어 전문적이고 신속한 응급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어 왔다.
최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김기현(울산시)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119 구급차에 두는 구급장비 및 약품에 대한 보유현황에 관한 자료’만 봐도, 인명구조 등 비상 상황에서 운영되는 제주도내 119 구급차가 주요 구급 장비나 응급약품을 비치하지 않은 채 운영돼 속칭 ‘깡통 구급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경우 응급환자 처치기구로서 기도확보에 필수적인 ‘호기말 이산화탄소 측정기’는 30개 기준에 단 한 개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정상혈압 및 맥박유지에 사용되는 ‘산소포화도(SPO2·피 속에 산소가 얼마나 가득 들어있는지의 정도) 측정기’는 30개 기준에 17개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 119 대원 보호용 장비인 보호안경의 경우 168개 기준에 75개만 확보한 상태로 구급대원의 신변보호에도 허술한 형편이다.
이밖에 허리보호대와 구급용기구인 격반, 검사용 기구인 검안라이트 등도 크게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19 구급차가 주요 구급 장비나 응급약품을 제대로 비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소방차가 물도 없이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소방방재청장이 제정·고시한 ‘구조 및 구급장비 기준’을 소방당국이 지키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음은 물론 소방청 스스로 자신이 만든 법규를 무시하는 자기모순을 빚고 있는 것이다.
소방구급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다.
따라서 구조 및 구급장비를 철저히 갖춰 위기상황에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