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지승아!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거라

2007-04-25     제주타임스

온 국민이 그토록 애타게 살아 돌아오길 바랐던 지승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4월 24일, 우리의 가슴은 한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새봄의 신록이 돋아나는 이 아름다운 봄날,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바로 이런 것입니까.

산산조각 나버린 지승이의 꿈과 그 부모의 슬픔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애도와 반성 속에 잠긴 오늘은 이 땅에서 어린이 사랑의 마음이 사망해버린 애끊는 조곡의 날입니다.

실종된 3월 16일부터 4월 24일까지 꼬박 39일 동안 경찰·행정·교육공무원, 주민, 학생 등 연인원 3만 4천명이 수색에 참가하여 지승이 찾기 노력을 전개했지만 끝내 지승이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수색 기간 중에는 같은 지역에 사는 어느 계모가 의붓딸을 살해하는 또 다른 사건까지 벌어져 우리 가슴을 다시 한 번 무너뜨렸습니다.

지승이 찾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3월 21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국무회의를 통하여 “양지승 어린이를 조속히 찾아달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만큼 어린이 보호에 대하여 강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3년간의 제주도내 아동학대 건수는 2004년 89건, 2005년 99건, 2006년 102건 등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신고 접수된 것만 해도 이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학대를 받고 있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특히 가정 내의 학대가 84%를 넘는다는 통계 앞에서는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한창 사랑받으며 재롱떨 아이들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폭력의 기억을 각인시킨다면 그것은 가정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범죄행위입니다.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 전체의 비극입니다.

사람들은 어릴 때의 ‘각인기억’이라는 정신문화적 코드에 의해 평생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좋은 기억만을 각인시켜줘도 모자랄 텐데 나쁜 기억을 각인시킨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오는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지승이는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저 하늘나라에서 우리 모두를 용서하고, 어린이들의 수호천사가 되어 이승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을 누리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또한 지승이의 죽음 앞에서 온 도민에게 호소합니다.

제발 우리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보호해 주십시오. 자라나는 새싹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우리의 꿈이며 희망입니다.

다시는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없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올바르게 인도하여 주십시오.

저 자신 한 사람의 교육자이자 제주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억누르며 머리 숙여 거듭 호소하고 부탁 올립니다.

우리 모두 양지승 어린이의 장례일을 ‘양지승 어린이 애도의 날’로 정하고, 장례일까지 애도하며 지냅시다.

지승이의 슬픈 넋을 기리면서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아동보호운동을 전개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갑시다.

이제 삼가 옷깃을 여미고 지승이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지승아…, 이제 아픔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거라.

양   성   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