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미국의 총기 규제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였던 1787년 12월에 미국헌법에 개인의 권리에 대한 특정 조항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서한을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에게 보냈다.
주 의회는 새로운 헌법을 승인하면서 첫 번째 연방회의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조항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하였다.
미국 연방 헌법 수정 조항에서 1차 수정부터 10차 수정까지의 내용은 ‘권리장전’으로 일컬어지는데 이 수정 조항들은 1789년 9월 25일 발의되어 1791년 12월 15일에 비준되었다.
이 권리장전의 전문을 보면 헌법이 잘못 해석되거나 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한을 가하는 선언적인 조항들을 헌법에 포함해야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는 개인이 정부보다 우선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정헌법 제2조는 무기휴대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규율을 갖춘 민병은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헌법에 보장된 무기 휴대의 권리에 기인하여 미국인들은 다른 국가의 국민보다 총기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번의 총기사건에도 불구하고 전 국가적인 총기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회가 학교 내의 총기 규제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1989년 1월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의 학교에서 한 사나이가 운동장에서 총을 난사하여 5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이 있은 후에 미국의회는 1990년에 ‘학교지역 총기 휴대 금지법’을 제정했다.
그 후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 12학년 학생이 38구경 소총과 실탄 5발을 들고 등교하다가 이 법률 위반으로 체포됐다.
그는 이 법률에 대하여 항소했고 대법원은 미합중국 대 로페즈 판결(United States v. Lopez,1995)에서 연방의회가 권력을 남용했다고 5대 4로 판결했고 이 법률은 폐기됐다.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 주 리틀톤에 있는 컬럼바인 고등학교에 총기 4종을 들고 들어간 10대 소년 2명은 교사 1명과 학생 12명을 사살했고 23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다.
총계 15명이 사망한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 후에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엄격한 총기규제공약을 했었다.
그렇지만 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미 총기협회(NRA)의 반감을 사는 공약이었고 중요한 선거패배 요인 중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조지 W. 부시(Bush)대통령은 총기 소지를 강력히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정치가들이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것이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데 좋지 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참사로, 총기 규제 문제는 내년 대선 캠페인의 쟁점문제로 재등장할 것이지만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태에서 큰 진전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러한 예외성은 미국의 역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민의 나라이고 광활한 국토의 적은 인구로 개척의 시대를 살았던 미국인들은 자신과 그들의 가족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자신들의 총이라고 믿었다.
지금도 그 정신의 유산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미국에는 3억정의 총기가 판매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미총기협회가 2000년 대선에선 자신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부시를 겨우 당선시켰지만, 내년 대선에선 어느 정도 총기규제에 무게를 두는 후보가 행정부를 장악할 수도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의원은 “새로 판매되는 모든 총기를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루디 줄리아니(Giuliani) 전 뉴욕시장도 총기소지 권리는 인정하지만 조금 어렵게 제한을 가하자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의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변함없이 총기를 소지할 권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소지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하지만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억울한 희생자가 없기를 바라며 제도적 장치가 이를 방지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아무 죄 없이 억울한 피해자가 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