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지하수는 제주의 생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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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제주산 먹는 샘물 도외 반출을 부관으로 제한한 제주도의 조치가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지난 1년여에 걸친 제주도와 한국공항(주)간의 ‘먹는 샘물’ 법정 싸움은 일단락 됐다. 대법원이 13일 한국공항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은 먹는 샘물 도외 반출을 계열사로만 제한한 제주도의 반출허가 처분 중 부관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공항은 제주지하수에서 생산되는 먹는 샘물을 시판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 셈이다. 우리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시시비비 등 법리적 공방을 벌일 생각은 없다. 다만 대법원 판결로 제주도민의 생명수이자 제주 유일의 공공재산이나 다름없는 제주지하수의 공수개념이 흔들리고 이것이 제주지하수 파괴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할 따름이다. 특별법 규정이나 각종 행정적 장치에 따른 제주지하수 보존이나 공익적 이용 원칙이 없는 바 아니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인 또는 이익집단 등이 제주지하수에 욕심을 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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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제주지하수는 제주의 생명수다. 음용수나 일반 생활용수는 물론, 농업ㆍ공업 등 모든 산업용수를 지하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그래서 도는 제주지하수를 단순한 부존 자원으로만 생각해 오지 않았다. 공공재산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도가 제주지하수를 일관되게 공수개념으로 정책적 관리를 해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수개념의 제주지하수 관리 체계가 무너지면 이는 제주도민의 생존권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무분별한 지하관정 개발로 제주지하수가 오염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 렌즈층이 깨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지 오래다. 이로 인해 지하수에 짠물이 유입되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제주 지하수 관리에 이상이 오면 제주도민이 먹고 마시는 일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바로 도민 생존권에 대한 위험신호다. 제주지하수를 철저히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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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제주지하수는 향후 제주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이며 하늘이 준 재화나 다름없다 중동의 석유처럼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고부가 상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제주지하수에 대한 도민의 관심과 애정은 각별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먹는 샘물 소송에서 제주도가 패소하자 도민들의 걱정은 크기만 하다.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공항측이 ‘봉이김선달 한강 물 팔아먹듯’ 제주지하수를 악용할 것이 아닌가하는 점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 당국은 이들 이윤추구 사기업에 대한 철저한 취수량 제한이나 반출량 억제 등을 통한 지하수 관리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도 인정했듯이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규정에 따라 이 같은 제한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 이익만을 챙기려는 이익 집단이 도민의 공공재인 제주지하수를 유린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