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둑 싹둑' 가위손 사랑 14년

박주택씨ㆍ제주여성자원활동센터 구들회…"작은기술 계속할 것"

2007-04-13     진기철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제주시 일도2동사무소 문화의 집 1층 남쪽으로 길게 창이 나 있는 복도를 걸어가다 보면 ‘싹둑 싹둑’ 가위질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다. 다름 아닌 머리를 곱게 손질하기 위해 찾아온 할아버지들이다.

할아버지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는 지난 십수년간 이용봉사를 펼치고 있는 박주택씨(남양이용원 대표).

14년간 한결같이 이곳에서 이용봉사를 하고 있는 박씨는 어르신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한 시간 앞당겨 현장을 찾아 준비한다.

순서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지루함을 없애주기 위해 일도2동 통장협의회(회장 신종호)가 빵과 우유 등 간식을 제공하며 말벗도 해준다.

머리 손질을 위해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 모두가 아버지로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박씨.

작은 기술이지만 남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 봉사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와 함께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은 제주여성자원활동센터 소속의 구들회(대표 홍은옥)가 이곳을 찾아 할머니들을 위해 미용봉사를 한다.

20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구들회는 모두 가정주부. 미용실을 경영했던 회원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리하고 자원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구들회 회원들은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아라주공아파트 내 아라복지관, 넷째 주 수요일에는 제주시청 어울림 쉼터를 찾아 미용봉사를 실시하는 등 ‘따뜻한 가위 손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구들회 회원들은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는 어르신들의 정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하지만‘어울림 쉼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자신들의 손길만으로는 일손이 벅차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 이.미용 봉사자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하루에 적게는 30~40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에 이른다.

연인원 1만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들의 ‘따뜻한 가위 손 사랑’을 받으며 끈끈한 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