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號' 표류하나
김 지사, 항소심서 벌금 600만원 선고받아
광주고법이 12일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해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의 1심 형량을 그대로 선고해 대법원에서 뒤집히지 않는 한 재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증거를 잘못 채택해 대법원에서 1. 2심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일부 재야 법조계의 주장도 설득력도 있어 결국은 최고심(最高審)까지 가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고법의 이번 판결은 제주도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 파장은 태풍급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레임덕에 의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누수 현상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5.31 선거과정에서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0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이후 비교적 담담하고 차분하고 강력하게 제주특별자치 도정을 이끌어 옴으로서 적어도 겉모습으론 공직사회의 동요는 그렇게 많지 않는 편이었다.
도리어 김지사가 올해 들어 강력히 주창해 이뤄진 ‘뉴 제주운동’ 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공무원과 사회단체 등을 강력하게 일정한 행정의 구심점 과녁을 만들어 행정조직을 단단히 묶는데 일조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12일의 2심 선고 결과는 전 공직사회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상당수 도민들은 이번 판결로 김 지사가 갓 탄생한 걸음마 단계의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은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벼랑 끝으로 몰린 제주 감귤산업의 회생대책 등 사후조치 수습에 나서는데 커다란 장애요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 지사가 여기에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 산적한 현안들을 돌파해 나가는 데 정치적. 행정적인 파워를 잃어 큰 부담을 갖게 됨으로서 강력한 추진력에 진공상태가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지적도 많다.
뿐만 아니다. 제주도정이 미진한 2단계 특별자치도 제도개선 사항을 한층 보완 발전시켜 중앙정부가 이런 제도개선 사항을 수용할 수 있도록 대 중앙절충을 한층 강화해야 할 시점에, 김 지사가 이번 판결로 정치적. 행정적 탄력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특히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김 지사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를 통한 5월중 결정'이라는 '해군기지 로드맵'을 부정하고 있는 상태여서 당선 무효형 선고는 해군기지 유치여부 판단에까지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제주 도민들은 지난 1995년 시작된 민선자치시대 이후 선출한 도백 3명이 선거법과 관련해 모두 법정에 서고 1명은 중도 하차했던 불명예가 이번에 재현되면서 인구나 면적이 전국의 1%에 불과한 열악한 도세(道勢)의 제주사회가 또다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을 점치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공직자들의 자세다. 2심 판결로 공직사회가 이완돼 복지부동(伏地不動)의 행태를 보일 경우 막 항해를 시작한 ‘제주특별자치도호’는 표류하거나 심지어 침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편 김 지사는 "검찰의 조직표, 문건 등에 대한 증거물 압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법률적 해석을 1.2심 재판부와 달리해 법률심(法律審)인 상고심에 강력하게 기대를 걸고 있어 기사회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