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토론토 시청 신 청사건물에는 눈동자가 있다

2007-04-10     제주타임스

작년 여름 캐나다에 다녀왔다. 여행 5일째 되던 날 나는 켈거리 공항을 출발하여 3시간 45분 만에 토론토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 중 나는 그 나라의 아름답고 특이한 풍광을 보는 것도 있겠지만 그 것 보다도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이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 삶 속에는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가 고스란히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해서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토론토시청의 신 청사를 방문 할 좋은 기회가 나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인디언 어로 ‘만남의 장소’라는 이름을 가진 토론토에 걸맞게도 신 청사 건물은 희한하고 특이한 건축양식의 건물이었다. 두개의 건물이 각각 반원형을 그리며 양쪽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고 그 한가운데 돔형 건물이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천상 사람의 눈동자이다. 토론토 시청은 1965년에 시청사 설계도를 막대한 돈을 주고 공개 모집하였다.

그래서 입찰된 건물 설계도 도면대로 지어진 건물이다. 사람의 눈동자 모양의 신 시청사 건물은 다름 아닌 바로 토론토 시민들이 지켜보는 무서운 눈동자라는 것이다. 그럼 사람 눈 모양인 신 시청사 건물만 무서운 것인가? 아니다. 그것보다 백배 천배 더 무서운 사람들이 그 청사 안에 들어있다.

그 사람들은 총을 든 유명한 장군도 아니요, 큰 칼을 든 강도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품 있는 총리도 아니요, 아름다운 영국의 여왕도 아니다. 시의회가 열리는 날이면 꼭 참석하여 시의회 의장석 뒤로 올망졸망 가지런히 앉아 정면으로 의원들을 지켜보는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있다. 이 어린이들이 참석이 안 되면 그 날 시 의회는 열리지 못한다. 아니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이곳 어린이들은 훌륭하고 무서운 존재 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어린이의 눈처럼 곱고 아름다우면서도 빛나고 무서운 눈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해서 캐나다의 토론토 시 의회에서 의정 활동하는 장면을 이 어린이들이 지켜 보는 앞에서 대형 텔레비전을 통하여 즉석에서 생방송으로 따끈따끈하게 전 시민들에게 방영된다고 한다. 어느 의원이 어떤 정책안을 내놓고 어느 의원이 찬성하고 반대하고 그리고 의원들의 언어와 행동 몸짓 손짓 표정 하나까지도… 그러니 바르고 철저하지 않을래야 안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의원들은 어떤가? 우리 의원들의 인격이나 품격의 수치는 어느 정도인가? 죄송하지만 비교가 된다. 배운 것이 모자라고 속에 든 것이 부족하니 회의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 높이고 입에 담기 민망한 욕설에 멱살잡고 치고 박고 폭행하고 드러누워 질질 끌려가는 등 이런 난장판이 따로 없다. 눈탱이가 밤탱이 되어 병원에 실려 가고 고소하고 재판하여 의원직을 상실하기도 하는 것이 오늘날 정치하는 우리의원들의 현실이다. 더 심하게 말한다면 비 오는 날 진흙탕에 개싸움이다. 그 것 뿐인가? 아니다. 온갖 비양심적인 행동들을 하고 있다.

도의회 청사 내에 있는 개인 사무실이 좁다하여 넓은 사무실을 마련하라고 막대한 도민의 혈세를 낭비하는가 하면 책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권한 행사에만 몰두하는 자신들의 꼴사나운 행동거지는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인가? 시민들도 도민들도 국민모두가 의원들에게 주는 정액봉급이 너무 아까워 죽겠다고들 한다. 의원들의 행동거지가 그 모양이니 어찌 그들에게 주는 국민의 혈세가 아깝다 하지 않겠는가? 토론토 청사 안에는 의원들의 개인 사무실은 고사하고 티타임할 수 있는 단 한 평의 공간도 마련되지 않았다.

시민들과 같이 쉴 수 있는 긴 의자만 군데군데 놓여 있을 뿐이다. 아무리 비양심적이고 속에 든 것이 없기로서니 넓고 화려한 개인 사무실 공간에서 무슨 어떤 일들을 하겠다는 것인가? 사무실이 좁아서 일이 안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더 거들먹거리기 위하여 큰 사무실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나는 캐나다라는 나라가 부러웠다.

우선 넓은 땅덩이가 부러웠고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끝없이 이어진 젊고 웅장한 큰 록키 산맥의 산들이 부러웠으며 무엇보다도 청사 안에서 의회를 지켜보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그 무섭고 빛나는 눈동자들이 부러웠다.

오늘도 민생현안을 위해 노고가 많으실 당신네들 앞에서 내가 그토록 부럽기만 했던 토론토 시의 어린이들 대신 정말 우리 아이들의 티없이 맑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면 그대들은 어찌하겠는가?

고   길   지
소설/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