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노만 삭일 수는 없다
감귤 피해 100% 정부 보상과 해결책 제시해야
1
한ㆍ미 FTA 협상 타결로 직격탄을 맞은 ‘제주감귤 산업’. 여기에 목매달고 살아온 제주농민과 감귤에 기대어온 제주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감귤 산업을 비롯한 제주 농축산업이 붕괴되고 제주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것 말고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한ㆍ미 FTA 협상 타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계층이 늘어나고 일부 매체에서는 ‘새로운 개국’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쓰라린 제주감귤 농민들 가슴에 소금뿌리고 있지만 지금 제주 농민들은 얼이 나간 상태다. 제주감귤 산업을 죽이고 제주와 제주농민들을 버리고 협상을 타결한 정부측에 대한 분노와 원망에 지쳐 허탈감과 무력증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 쏘아 올리고 좌절과 절망감으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좌절과 절망을 뛰어넘어 제주감귤 산업의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현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타결된 한ㆍ미 FTA 협상을 물리력으로 되 물릴 수 없는 현실이라면, 국회비준 저지가 확실히 담보되지 않는다면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제3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 죽기보다는 악착스레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 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2
물론 새로운 길 모색에는 제주를 짓밟고 한ㆍ미 FTA 협상을 타결한 정부의 무한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제주감귤은 제주도민에게는 전략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쌀농사가 없는 제주에서는 감귤이 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의 말대로 한ㆍ미 FTA를 ‘먹고사는 문제’로 접근했다면 감귤은 제주도민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감귤을 단지 농업생산성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제주농민의 85% 이상이 감귤농이며, 연간 조수입이 전체 농업수입의 50%가 넘고 감귤산업이 제주경제의 다른 한 축인 관광산업과 연동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제주감귤 산업 붕괴는 제주의 경제 파탄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제주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제주와 제주도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한ㆍ미 FTA 협상 타결로 초토화 될 제주감귤 및 제주농업 피해를 정부가 100% 보상해야 한다는 당위도 여기서 출발한다.
3
정부는 감귤 등 농업 피해에 대한 100% 피해 보상과 함께 제주 농업문제와 농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그야말로 제주도민의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생존전략이나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있을 여타 나라와의 FTA 협상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언젠가는 협상해야 할 중국과의 FTA는 우리 농수산업을 한 방에 나려버릴 만큼의 가공할만한 위력의 포탄이 될 것이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는 농수산물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의 피해보상 담보와 근본 해결책 마련과 함께 농민들의 대응전략이나 의식개혁도 필수적 요소다.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물론 농업 생산자 단체, 농민, 농업기술 연구기관, 학계 등 모든 전문가 그룹 등이 나서서 농업구조 조정과 농업경쟁력 확보 전략을 짜내야 한다는 뜻이다. 천년 만년 정부의 피해 보상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일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위기의 감귤 농업’에 연동시키는 지혜가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