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검찰 기소 여전히 많다

2007-04-03     김광호
  • 형사 피의자로 기소돼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 해 제주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모두 53명에 이르고 있다. 1심에서 36명(단독사건 32명.합의부사건 4명), 2심에서 17명이 무죄 선고됐다.
    지난해 1심 무죄 선고율은 전체 형사사건 피고인 3129명 중 1.15%에 해당한다. 이는 2005년 전체 형사사건 피고인 2853명 중 0.77%(22명)보다 0.38% 포인트(14명)가 웃돈 무죄율이다.
    제주지법 항소심의 무죄율도 증가했다. 지난해 17명, 2005년 11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항소심 무죄율은 지난해 전체 피고인 572명 중 2.97%, 2005년은 전체 피고인 594명 중 1.8%였다. 무죄 인원과 비율 모두 증가했다.
    물론 1, 2심의 무죄 인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포함돼 있어 중복된 인원도 있을 수 있다.
    또, 이 가운데에는 검찰이 무죄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사건도 있다. 따라서 1, 2심에서 무죄 선고된 이들 인원 모두가 대법원에서 어떤 선고를 받았는지는 확연치 않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도 상당 건수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제주지법 관계자의 말이다.
    어떻든 1, 2심의 무죄 판결 인원과 비율이 높다는 것은 검찰의 기소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한 마디로, 죄가 없는 사람을 피의자로 기소했다는 얘기다.
    공소권은 검사의 권한이므로 검사의 판단에 따라 피의자를 법원에 기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확실한 범죄 입증을 전제로 기소해야 한다. 무리한 기소가 이 같은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부터 공판중심주의가 사실상 전면 도입됐다.
    더욱이 피해자가 없거나,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의 경우 법관이 법정에서 피의자를 직접 신문해 구술토록 하고, 증거 위주로 재판을 진행했다.
    따라서 지난 해 무죄 선고가 2005년보다 늘어난 원인 중에는 공판중심주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서면(공소사실 등) 재판이 아닌 피의자의 구술과 증거에 의한 공판중심주의 재판의 효과일 것으로 보는 법조인들이 많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던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와 구속 기소됐던 우 전 지사의 아들도 지난해 1, 2심 무죄에 이어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획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열 명의 죄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시민을 죄인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수사상의 기본원칙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진술과 자백보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에 의해 기소하고 마땅한 죄값을 받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구속돼 무죄 판결을 받는 억울한 시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