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협상 제주도 전략 부재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제주감귤이 다른 농산물보다 철저히 홀대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의 FTA 협상전략이 부재(不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감귤 농정 및 FTA 외교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한·미 FTA 협상 타결로 제주감귤산업은 계절관세의 후폭풍을 맞게 됐다. 일단 노지감귤은 현행 관세를 유지, 직격탄을 면하게 됐지만, 노지감귤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본격 출하되는 비가림, 하우스 감귤, 한라봉 등은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가 돼 버렸다.
감귤만이 아니다. 관세 축소 및 단계적 철폐에 따라 감자, 마늘 등 밭작물과 양돈농가 등 축산물에 대한 피해도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전국 1%’라는 도세가 이번 한·미 FTA 협상 타결로 다시 입증됐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류 만큼은 협상예외품목으로 해 달라는 도민들의 요구는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처럼 제주감귤이 협상에서 밀려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FTA 협상 타결로 다른 농산물, 그러니까 감자, 대두, 분유, 꿀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고 사과나 배는 20년 장기 관세철폐로 나간 것에 비하면 감귤은 형편없이 취급을 당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감귤 ‘보호막’이 오히려 다른 지방의 다른 작물보다 허약한 것으로 드러나 정말 제주도가 감귤지키기에 얼만큼 실속을 챙겼냐는 의구심이 대두되고 있는 것.
제주도는 3월 하순부터 진행된 한·미 FTA 고위급 막판 협상을 앞두고 도 수뇌부는 물론 관계 국·과장 및 실무자 등이 농림부나 협상장 등을 찾아 감귤 민감성을 호소했다고 적극 홍보했지만 결과는 허무하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어떤 경우에는 협상장 입구 부근에 나갔다가 얼씬거리지도 못한 채 되돌아온 일도 있었다니 제주도의 FTA 협상전략이 얼마나 즉흥적이었는지를 알만하다.
지금은 언필칭 국제화시대라 한다. 앞으로도 자치단체가 외교 전면에 나설 경우는 언제든지 생길 것이다. 이를 대비해서라도 협상전문가, 외교전문가를 양성해 이번처럼 감귤 농정이나 FTA 외교의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