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와 박태환, 닮은 꼴 행보
“펠프스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보여요. 스트로크 등 기술도 매우 뛰어나고요.
그의 자신감과 기술을 닮고 싶어요.” 지난해 8월, 범태평양대회에서 무려 2개의 아시아기록(자유형 200m, 400m)을 갈아치우고 돌아온 박태환(18·경기고)이 밝힌 소감이었다.
당시 미국대표로 범태평양대회에 출전한 ‘월드스타’ 마이클 펠프스(22·미국)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큰 듯 했다.
박태환은 펠프스의 행보와 닮아있다. 펠프스가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그의 나이 15살이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었다.
당시 펠프스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접영 200m에서 5위에 올라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태환 역시 15살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통해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부정 출발로 물살을 가르기도 전에 실격 당했지만, 한국 수영대표팀의 최연소 선수로 올림픽에 나서 잠재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펠프스가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범태평양대회였다.
당시 17살이었던 펠프스는 개인 혼영 200m와 400m, 혼계영 400m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그 이듬해 열린 2003년 세계수영선수권에서 3관왕(접영 200m, 개인 혼영 200m·400m)에 오르며 세계적인 수영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펠프스의 나이 18살 때였다. 박태환이 자신의 이름 석자를 국제무대에 알린 것 역시 펠프스와 같은 범태평양대회였다.
박태환은 17살이던 지난해, 2006년 범태평양대회 자유형 400m에서 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하며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인 사상 첫 우승을 일궈내며 ‘수영신동’이라는 펠프스의 타이틀을 가져왔다.
닮은 꼴 행보를 보인 박태환과 펠프스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나란히 출발선에 선다. 기록면에서는 펠프스가 많이 앞선다.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분45초3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낸 이후 2005년 세계선수권에서 1분45초20을 기록하는 등 45초 초반대 기록을 유지해 오고 있다. 반면 박태환의 최고 기록은 지난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작성한 1분47초12(아시아기록)다.
그러나 경쟁자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큰 집중력과 폭발력을 발휘해왔던 박태환이기에, 결과를 속단할 수 없게 한다. ‘18세 소년’ 박태환의 ‘쇼타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