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일본의 과거인식
일본은 과거의 침략행위에 대하여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침략전쟁에 따른 야만적인 행위들을 부정하고 변명한다고 해서 일본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모두 과거의 침략행위와 잘못된 비인도적 행위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과오를 저질러서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 그 결과로 침략을 받았던 주변국들과 협력과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었다.
만일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사를 청산하고 주변국들의 신뢰를 쌓는다면 동북아시아의 평화 협력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 국가 위신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태도를 견지한다면 인접 국가들이 어떻게 일본을 신뢰할 수 있으며 협력할 수 있을 것인가? 아울러 국제공동체도 일본의 위선적인 태도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일본군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던 일본정부가 자체조사를 거쳐 1993년 8월 4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내각관방장관 담화’를 폐지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일본정치인들의 행동은 아시아인들만이 아니라 세계인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이 고노 담화의 수정을 위해 재조사를 요구했으며 일본정부에서는 자료협조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며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은 일본정부의 인식을 짐작하게 한다. 이런 일본정부의 방침이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생존한 증인들이 강제동원의 사실증언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며 역사를 왜곡하려는 자세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 국제사회도 일본의 이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는 일본정부가 고노담화를 후퇴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표명했으며 일본을 방문한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도 위안부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하는 미국 하원의 군대위안부 결의안은 마이크 혼다(민주당겺떳?榻耉? 의원이 대표하는 공동제안자가 최초 6명이었던 것이 지지가 확산되며 2007년 3월 12일(현지시간) 현재 공동제안자는 민주당 32명과 공화당 10명으로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결의안이 채택된다 해도 사과할 수 없다고 발표한 이후 17명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이 결의안은 3월 말 미 하원 외교위원회나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태평양·지구환경 소위원회에서 투표에 회부될 예정인데 결의안 지지가 확산되면서 결의안의 채택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식민폭정을 경험한 이웃 국가이며 일본의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국가 중의 하나이다.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보면서 일본의 많은 정책들을 의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인접국과의 관계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일본정치지도자들의 전형적인 행동 유형이다. 총리의 신사참배, 역사 교과서 왜곡 등을 배경으로 하고 신뢰를 쌓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베총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하게 보도되지 않을 것 같으면, 거꾸로 논란을 확산시키지 않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판단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제적 비난 때문에 말을 조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올바른 과거인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일본 내 우파 신문들도 과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산케이(産經)신문과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아베총리와 비슷한 관점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감정적으로 가장 멀 수밖에 없는 일본이 가까운 이웃이 되길 기대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된 과거 인식과 진정한 반성에서 시작될 것이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