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1심선고 파기율 낮아
제주지법, 판결불복 항소 18건 중 2건 파기
2007-03-22 김광호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현주 부장판사)는 22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피고인들이 항소한 사건 18건 가운데 2건만 파기하고, 16건을 1심 선고대로 판결했다.
이 같은 10% 선의 1심 파기율은 보기 드문 이례적인 일로, 향후 항소심 재판의 향방을 엿볼수 있게 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사기 및 업무상 배임 등 2건의 항소 사건에 대해서만 죄질은 불량하나 피해액을 공탁한 점, 또는 피해액이 합의됐다는 등의 사유로 1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1심의 양형을 낮춰 선고한 이 두 사건 외에 상해, 무고, 절도, 업무방해, 특가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절도미수, 야간건조물 침입 절도사건 등 16건(구속 사건 8건)에 대해선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의 양형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피고인들은 1심의 양형부당 또는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죄질불량 또는 동종범행 전력,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 사실이 오인되지 않아 1심 양형이 합당하다”며 감형해 주지 않았다.
대법원이 밝힌 2005년 기준 전국 법원 항소심 1심 파기율은 56%였다. 유.무죄가 갈린 판결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징역형.실형.벌금형의 양형을 깎아 주는 형태의 파기였다.
물론 1심 판결이 부당할 경우 감형해 줘야 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주로 단독)가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하면서 당연히 2심에서 감형될 것을 고려해 정하는 관행이 있어 온 게 사실이다.
이번 항소심 사건 중 그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는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만약 그러한 사건이 1건이라도 있었다면, 해당 피고인은 종전 사례에 비춰 불이익을 받은 셈이 된다.
원칙적으로 1심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김용담 대법관은 지난 달 26일 “1심 재판장은 최종 선고라는 생각으로 양형을 부과하고, 2심 재판장도 1심 형량이 기준에 현저히 어긋나지 않는다면 파기를 자제하고 1심 판결을 존중하라”고 전국 형사 1심재판장들에게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항소심 재판 역시 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떻든 2심을 의식하지 않은 1심의 책임있는 양형과 1심의 판결을 존중하는 2심 재판이 요구되고 있다. 법원은 이로 인한 업무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피고인들도 재판 비용과 정신적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