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날씨가 연일 뜨겁다.
'화씨 9.11'이라는 영화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이에 못지 않은 모양이다.
전쟁중인 미군과 대통령에게는 시비를 걸지 않는다는 미국 나름대로의 불문율이 깨져 버린 탓인지 영화를 비난하는 미국 내 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반전을 그린 영화는 많다.
그 중에서도 십 수 년 전 상영된 플래툰이 있다.
전투소대를 제목으로 사용한 이 영화에는 주인공 외에 엘리어스와 반스라는 두 명의 하사관이 등장한다.
엘리어스는 말 그대로 천사표다.
혹독한 전쟁터에서도 인간애와 측은지심을 버리지 않고 군인으로서의 자세에만 충실한다.
그러나 반스는 반대의 인물이다.
동료의 죽음에 대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방법으로 보복하는 잔인 무도한 인물의 전형이다.
반전영화의 수작이라는 평가는 받았지만 왠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월남전의 잘못된 점을 전쟁이 일어난 배경 등은 도외시 한 채 반스라는 한 인물의 탓 인양 그려 단지 '마녀사냥'에 그친 게 아닌지 하는.
이보다 훨씬 전에는 최근 사망한 말론 브란도가 나오는 '죽음의 묵시록'이 있다.
이 영화에서 한 부대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윈드서핑을 즐기기 위해 '바그너'의 클래식을 확성기를 통해 틀어놓은 채 평화로운 월남인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학교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황급히 헬기의 사격을 피해 달아나고.
단지 윈드서핑 때문에 수 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가족과 마을의 역사가 간단하게 끝나 버린 것이다.
자이툰부대가 이제 장도에 올랐다.
혈맹인 미국에 대한 배려, 이라크 재건 사업, 우리 경제를 위해, 이라크 국민들을 도와주기 위해, 테러를 막으려고 등등 이유야 많다.
재건이 주요 목적이라고 대내외적으로 말하지만 주요 구성원이 귀신 잡는 해병대와 막강 공수부대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은 물론 이라크 국민들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초등학교 4학년의 '왜 그렇게 먼데까지 가서 전쟁해요'라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이 오히려 갑갑하기만 하다.
월남전 당시에도 부둣가에서 '월남의 평화'를 지키려고 태극기를 휘날린 우리가 있다.
그러나 월남전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었으며 이라크 파병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진다.
파병 장병들의 전원 무사귀환을 손 모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