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사건', 자치경찰 시험대

2007-03-16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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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입구, 수령 130년 소나무에 대한 고의적인 고사(枯死)목적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제초제 주입’ 사건은 ‘말 못하는 소나무 한 그루의 수난’으로만 정리하기에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래서 이 소나무의 의도적 제초제 주입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 이 소나무는 우선 제주대학으로서는 이정표나 다름없는 상징목(象徵木)이다. 늘 푸른 기상은 제주대학이라는 상아탑의 싱싱한 기개로 표현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 소나무는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철거나 옮겨심기’를 주장하는 행정당국에 맞선 환경보호 단체의 보전의지로 현재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행정당국과 환경단체의 합의로 설치된 소나무 둘레의 회전식 교차로는 교통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지만 교통흐름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드릴로 구멍을 낸 뒤 수목에 치명적 제초제를 투입했다는 것은 어떤 개인 또는 단체가 의도적으로 이 소나무를 고사시켜 제거하려는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 의도가 어디에 있든 이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반 환경적 테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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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렇게 살아있는 소나무에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시킨 것은 사람으로 치자면 독살(毒殺) 범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나무 독살 의도 사건’은 철저하게 수사하여 배후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강력한 응징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수사를 담당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대는 이 사건이 자치경찰대의 수사력과 존재 의미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자치경찰대가 감당해야 할 반환경적 범죄와 반문화적 범죄에 대한 자치경찰대의 수사력을 키우는 디딤돌로 작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자치경찰대의 수사력과 대응능력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도민의 민생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해야 할 자치경찰로서는 교통이나 환경 등 주민 밀착형 업무능력을 신장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나무 제초제주입사건 수사는 자치경찰대로서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자치경찰대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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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제초제 주입사건이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뻔한 일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주대 입구 소나무에 반감을 가진 쪽의 의도된 소행이라는 것이다. 매우 위험하고 단정적이고 모호한 견해이긴 하지만 말속에는 유의미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하겠다. 이 같은 메시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 사건을 명쾌하게 밝혀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수난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관련당국과 연구기관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다행히 일부 고사부분 가지치기와 정기적인 영양제 투입 등을 통해 소나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는 하다. 아무튼 이번 사건이 각종 식생 환경이나 생태계 파괴 등 제주의 자연환경 보호나 보전에 대한 경각심으로 작용되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자연에 대한 공격은 바로 사람에 대한 공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