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야누스 정부

2007-03-15     제주타임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국가경영기법의 하나로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을 설파했다.

정부가 국책사업의 추진과정에서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들어내라’는 진정한 의미를 새겨듣고 좀더 국민 앞에 솔직했으면 한다.

현 정부는 제주도가 요구하고 있는 2단계 추진과제인 빅3실현을 일부 묵살한 체 타 지역과 차별화로 지역발전을 이룰 만한 메리트가 전혀 없는 속빈 특별도를 만들어 놓아 도민을 실망케 하 고 있다.

그런 정부가 제주에 해군기지 유치를 밀어붙이려고 하기 때문에 도민사회는 찬반양론으로 분열되고 갈등이 골이 깊어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주도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억지로 해군기지를 유치하려는 것은 아직도 제주도를 변방으로 취급하며 제주도민을 경시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벌이면서 현지주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내팽기듯 파기한다면 누가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르겠느냐는 것이다.

야누스 정부의 이중성은 경주시의 방폐장(방사능물질폐기물처리장)유치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주시는 혐오시설인 방폐장을 유치하게 되면 유치지원금 3천억원 외에 추가로 정부의 가용예산 6조원을 총동원하여 지원하겠다는 산업자원부의 약속을 믿고 지역발전을 이뤄보려는 의도에서 지역주민을 설득하여 주민찬반투표 결과 찬성율 90%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유치결정을 이루어 내었다.

경주시는 방폐장 운영수입으로 연간5천억이 발생하고 1만여명의 고용찰출 효과는 물론, 부수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도 경주로 옮기는 조건으로 되어 있어 유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자 시 전체가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였었다.

방폐장 유치결정 이후 경주시는 당초 정부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118건의 시 발전을 위한 사업에 8조8천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부에서는 수용 가능한 신청사업의 4%인 8건에 지원액 3천5백억 뿐 이라고 밝히자, 경주시민들은 정부가 경주시민을 허황된 기대심리를 갖도록 우롱했다며 분노를 터뜨렸고 시의회도 특위를 구성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 제주해군기지 유치 문제 제주특별자치도가 타 지역과 다른 점은 독특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점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봉긋 봉긋 솟아오른 오름 들과 푸른 초원, 사면의 청정한 바다와 기암괴석, 폭포와 동굴, 깨끗한 공기와 지하암반에서 걸러진 맑은 물 등 모두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제주의 자원이다.

이 아름다운 곳에 군사기지가 들어오게 되면 파생적으로 발생할 자연환경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위미1리가 해군기지 유치 적소로 파악되고 주민 이주 없이 바다를 매립하여 기지촌을 만들겠다는데, 아름다운 해안절경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뒷골이 찡해온다.

군 시설이 들어서는 곳에 경제 활성화가 이뤄진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써 오히려 군인들을 상대로 한 성매매 장소인 공창 등이 생겨나게 되어 퇴폐적인 문화가 지역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해칠 것이 분명하다.

가까운 예로 사격장이 들어선 매향리는 군부대 때문에 지역이 낙후되고 못사는 동네로 전락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주해군기지를 유치하려는 목적은 해상수송로 보호와 해양자원을 사수하고 해양영토분쟁의 효과적 대응 및 해상테러를 방지하려는데 있다고 한다.

흔히들 21세기를 해양의 시대라고하며 주변국들과의 해양을 향한 패권다툼은 점점 가속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제주도는 세계지도를 거꾸로 놓고 볼 때 태평양을 향한 가장첨병의 위치에 놓여있는 요충지로서 태평양시대의 중심축으로써 지정학적으로 제주해군기지 유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정부는 한 번 파괴하면 영원히 원상태로 복구가 불가능 한 아름다운 제주자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주가 아닌 다른 대체 후보지를 찾는 방안을 강구하였으면 한다.

그래도 꼭 제주만이 해군기지를 유치를 해야 된다면 그에 상응한 보상을 정부문서로 확인하여 제주도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선행과제라고 본다.

정부는 국가의 중차대한 사안을 관계부서에 떠넘겨 어영부영 속이거나 감추며 임시 땜질로 넘어가려 하지 말고, 제주해군기지에 들어서는 시설의 규모와 종류 등을 솔직하게 밝혀 도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본다.

해군기지 유치조건으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완성하고 세계인의 주목받는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투자와 제도개선을 이룬 다음에 해군기지 유치에 대한 도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줄 안다.

강   선   종 (기획실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