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방의원 되면 보이는게 없나 (3)

2007-03-14     임창준

▲ 몇년전 도의회 공무원인 50대 중반인 모 서기관이 머리칼이 희다고 잘나가던 몇명 의원으로부터 타박 당했다. 의장석 옆 자리에 앉는 사무처 공무원인 그가 백발인 것은 의장은 물론 젊은 의원들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그는 결국 염색해서야 자유로울 수 있었다.

▲ 모 기초단체 의원 부인이 큰 식당을 차렸다. 모 의원 부인은 살롱을 차렸다. 공무원들은 눈치 보며 저녁회식 때 적당히 알아서 이곳을 이용해야 했다. 10만원짜리 수표로 잔돈을 받기가 미안해서 그냥 공무원도 많았다.

▲ 제주시의회는 툭하면 싸움판을 벌였다. 의장단 감투싸움으로 심야회의를 반대파 모르게 소집해 처리했는가 하면 술마시다가 동료 선배 의원을 폭행, 병원신세까지 지게했다. 낮술에 취한 의원이 의장실에 처들어가 의장을 폭행했다. 이런 모습에 화난 시민단체가 의원 출근 저지 투쟁까지도 벌였다. 제주시민들은 주민투표 때 4개 시.군중 혁신안(시.군 및 의회를 없애는 안)을 가장 높게 선택했는데 이런 의회모습이 보기 싫어서 그랬다는 여론이다. (혁신안을 민 도지사는 그래서 제주시의회에 감사해야 한다).

▲ 도의회 모 당 소속 의원들이 서울서 열린 전당대회에 참석하면서 교통비 및 숙박비를 의회경비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가 당 행사 비용을 놓고 의회경비로 지출한다는 것에 의아, 취재에 들어가자 의장이 잘못됐다며 개인경비 지출로 전환됐다.

지난해 7월 시. 군의회가 폐지되고 오늘날의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출범했다.

삼강오륜 실종한 의회?

하지만 의회는 개원하자 말자 말이 많았다. 감투가 달려있는 의장단 선출을 놓고 60대 후반의 양대성 의장후보와, 50대 초반 나이의 김병립 의원이 의정단상에서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장면은, 위 아래 사람 구분도 없는(長幼有庶), 예의범절도 없는 이상한 집단으로 도민들에게 각인됐다. 시정잡배도 자기보다 10년 연배의 멱살을 붙잡지 않는 법이거늘...

좀 있으니 의회엔 때아닌 치맛바람이 불었다. 의원 '사모님'들이 의회를 찾아와 '남편석'에 앉아보고, 사무처장의 안내를 받으며 업무보고까지 받았다. 사무처장이라면 이사관급으로 제주도내에서는 부지사 다음의 고급관리다. (사무처장보다는 총무담당관 정도가 안내하면 될 일을, 처장은 의회 사무 공무원의 수장으로서 체면도 없었나), 치맛바람을 일으켰다.

바로 그제 임문범 의원이 본회의 석상에서 '5분 발언'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의회 사무실 증. 개축을 중단하자고 쓴 소리를 했다. 임 의원의 쓴 소리 배경에는 특별자치도의회 출범 초기에 사연이 잉태하고 있었다.
의회가 구성되자말자 의원들은 독방을 요구했다. 사무처는 하는 수 없이 의회청사를 독방으로 고치는 개수작업을 폈다. 올해 봄 되면 인근 조달청 사무실을 매입, 이곳을 개수하면 자연 독방이 마련될 것 이란 사무처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소원이 이뤄졌다.

사무처는 조달청 건물을 매입, 금명간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간다. 이 건물을 매입하고 개수하는데 75억원의 예산이 든다. 그 뿐이랴, 1900평에 달하는 청사와 대지를 관리하는 비용은 또 얼마나 소요될까.

지금 의회 사무실은 너무 번듯하다. 냉. 난방기가 잘 돌아가고, 고급호텔 같은 독방 의원실엔 여직원이 배치돼 의원 수발을 든다. 지역경제가 하도 어려워 도민자살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최하위 기능직(10급) 1명을 뽑는데 대학출신 188명이 몰려드는 요즘 지역의 아픈 현실에, 번듯한 독방에서 회전의자 빙글빙글 돌리면서 고앙이 앞에 쥐 격인 공무원들에게 호령이나 하려든다면, 지역민생은 어찌되나.

위법성이 있다는 따가운 지적에도 불구, 김 모의원 등이 도정을 좌지우지하려는 조례를 제정했다가 대법원 판결에 의해 무효돼, 7대 도의회의 법률무지 등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자괴(自愧)나 반성은 전혀 없다. 조례를 발의했던 1년전 당시의 억지 상황논리를 펴면서 물타기로 합리화하려는 궤변이나 늘어놓기 바쁘다. 이런 몰염치가 의회에 상존하는 한, 세금 꼬박꼬박 잘 내는 양순한 도민들이 그저 불쌍하기만 하다. 도의원되면 어려운 지역 민생은 안보이나. 정말 보이는게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