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식(飽食)’
前任 어질러놓은 설거지 곤욕
“게걸스레 먹어 치운 흔적이 역력하다. 식탁보는 심하게 얼룩졌고 지저분하다. 개수통에는 온갖 음식물 찌꺼기가 널려 있고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래서 ‘김태환 도정’은 전임이 더럽히고 어질러 놓은 뒷설거지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도청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소리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구역질 나는 소리가 흘러 다니는가.
아무리, 권세가 있을 땐 아부하고 잃어버린 권력에는 손가락질하며 온탕냉탕 드나들 듯 뜨거웠다 차가웠다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라지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흘러 다니는 유언(流言)이 구체적 사실로 다가서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온갖 협잡으로 제주사회를 어지럽히다가 쫒겨난 권력에 대한 심리적 하중(荷重)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타락했던 권력의 뼈와 살을 발라 낼 일이다. 전염성이 있다면 뼈 속까지도 긁어내야 한다.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내일이 바르게 일어 설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태환 도정’의 책무다. 밟고 넘을 수밖에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개발공사 의혹 일정부분 확인
그렇기 때문에 세간에서 복마전(伏魔殿)이라 일컬어졌던 ‘제주개발공사’에 대한 도 당국의 최근 특별감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개발 공사는 돈과 연결된 제주도 최대 공기업이다.
주력사업인 먹는 샘물 ‘제주 삼다수’는 연간 매출액 300억원규모에 100억원규모의 경상이익을 내고 있다.
여기에다 사업비 660억원 규모의 광역폐기물 처리장 건설, 285억원 규모의 제주밀레니엄관 건립, 감귤가공 1공장(256억원).2공장(143억원)과 이미 국민혈세 100억원이 투입돼도 효과를 못보는 호접란 대미수출 사업 등 6개사업도 대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처럼 매해 수백억원이 오고가는 개발공사 운영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도는 최근 감사에서 이런 의혹들의 일부분을 사실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 직전 지사와 관련된 의혹들이다.
이중 개발공사 인사는 철저하게 ‘선거전리품 챙기는 식’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발공사는 감사원 감사의 지적에 따라 지난 99년 1월 2명의 상임이사를 1명으로 축소조정했다.
“정원 150명 이하 공기업에는 상임이사 1명만 둘 수 있다”는 행자부의 ‘지방공기업 운영지침”에 의한 것이었다.
“개발공사냐” “개판공사냐” 비판
그런데도 개발공사는 2003년 6월 ‘상임이사 2명’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이어 2004년 2월28일에는 앞으로 150명으로 정원을 늘릴 것이라는 가상아래 도의 승인을 받았다.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개발공사는 개판공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던 원인이다.
개발공사는 5월13일자로 상임이사 1명을 추가 임명했다. 이날은 당시 지사가 선거법위반으로 지사직을 상실해 새 지사 선거일 20여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는 공교롭게도 도가 ‘우근민 전지사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성희롱이 인정된다”는 2심판결에 불복하여 6월5일 도지사 선거당일을 택해 대법원에 항소했던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두 건 모두 새 지사 취임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새 지사 취임전 군사작전 하듯 뒷구멍에서 후닥닥 해치워 버린 것이다. 대단한 순발력이었다.
이는 이틀후면 취임하게 될 새 지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지만 절차를 가장한 ‘새 지사 엿 먹이기’일 뿐이다.”전임지사 입김이 작용 한 것”이라는 이야기 이야기가 떠돌았던 이유다.
불명예 퇴진한 전직 지사의 ‘마지막 포식(飽食)’을 위해 앞치마 두르고 밥상을 차려줬던 그들은 누구인가.
제주개발공사의 각종 의혹과 함께 까발려 바로 잡아야 할 중대 사안이다.
이는 김태환 도정의 조직 장악력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