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도의원 되면 보이는 게 없나" (2)
# 몇년전 한 기초의회 고위 간부는 밤만되면 단체장을 불러내 술 살것을 강권했다. 이 단체장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주 불려다니다보니 얼굴이 까무잡잡해지고 낮엔 피곤해보였다. 의회 간부는 자기 친구들에게 단체장을 자신이 맘대로 주무르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자주 술자리에 합석시켰다. 훤한 대낮의 공식 의정 활동은 없고 심야의 어두컴컴한 '막후 의정'활동만 있었다.
# 한 제주도의원은 자기 출신 지역에서 기초단체가 주최한 행사장 연단에서 자기 자리가 낮은데 배치됐다며 불만, 기초단체 직원의 뺨을 갈겼다. 도의원이 높은데도 기초의원 자리보다 뒷 좌석에 자리를 배치했다는 거다. 참석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었다.
의회 정기회 중 한 상임위원회는 집행부로부터 거나하게 2차에 걸쳐 고주망태되도록 술 얻어마시다보니 다음날 오전 10시 개최하는 회의에 7명중 단 2명만 나왔다. 집행부 공무원들은 의회에 나와 회의 개최만을 기다렸으나 끝내 성원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오후로 미뤄졌다.
# 도지사가 중점 추진하려는 사업에 의회 예결산결산위원회가 예산통과에 제동을 걸겠다고 사전 도 당국을 압박했다. 도지사는 간부들과 의회 예산결산위 위원 전원을 초청 술파티를 벌였다. 2 차는 예결위원회 간사가 운영하는 모 업소로 이동, 여기에서 고스톱 판을 벌였다. 하늘도 안본 새 지폐 400만원이 긴급 동원돼 예결위원 전원에게 얼마씩 고스톱 자본으로 나눠졌고, 집행부 간부들은 돈잃어 주기 도박을 새벽까지 벌였다. 얼마후 예산이 통과된 건 물론이다. 도의원이 되니 눈에 보이는 것 없어 이런 짓들을 한게다.
쓸 것이 더 있지만 오늘은 지면 사정상 이만 줄인다.
제주도의회 한 위원회는 지난 11월 제주도해양수산본부가 제출한 제주항 통합(환경. 교통. 재해) 환경영향평가 협의안을 보류시켰다.
의회는 제주도와 해양수산부가 지난 2002년부터 2019년까지 3단계 제주항 외항을 축조하면서 건설할 계획이거나 이미 건설된 제주외항 공사 규모 전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채 단계별 공사때마다 부분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 항만 및 해양 주변 환경 피해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류했다. 지역구 의원은 또한 환경영향평가 동의를 얻으려면 주민 동의도 받을 것을 요구했다. 환경영향평가에 주민동의 받고 오라는 조항은 없다. 이 때문에 항만 지역구 의원이 개발사업에 따른 반대급부를 노린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기자는 이런 일련의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의회 심의가 법률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은 내용도 적었다.
<자세한 내용은 2006년 12월13일자 '대형 국비 항만공사 암초' 제하 1면 톱 보도, 제주타임스 인터넷으로 열람가능>
이런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서울 해양수산부에 전화를 걸자 관련 담당간부는 "다른 지방의원들은 해양수산부에 올라와 자기지역에 항만, 어항건설비를 책정해달라고 통사정하는 것이 보통인데도 제주도의회는 도리어 배정된 예산마저 되돌릴 뜻으로 공사중단을 위협하고 있다. 전국에 배분할 항만공사비가 부족한 형편인데 제주항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어 차라리 잘됐다"고 말했다. 그리곤 "그 사람들 제주도민들이 선출한 도의원 맞느냐"고 캐물었다.
이런 내용을 필자가 보도하자 의회가 정신을 차려선지 보류를 해제, 공사는 현재 진행중이다.
부두 일각에선 이 당시 항만건설업자나 당국이 심의보류를 주도한 도의원에게 잘 못 보이거나 섭섭하게 한 '죄가'로 의회가 공사에 브레이크 건 것 아니냐며 따가운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유권자들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언론에 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어느 의원이 어떤 조례안을 발의하고, 어느 의원이 어떤 동의안에 찬성· 반대했는지, 집행부나 사업자들의 편만 듣지 않는지, 도의원 직위를 이용해 엉뚱한 일은 안했는지, 눈 부릅뜨고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렵사리 낸 세금이 도적질 당할 수도 있다.
똑똑한 유권자 앞에선 도의원이 건방질 수가 없다. 눈부릅 뜨고 의회를 지켜보는 도민 앞에선 도의원이 되도 눈에 보이는 게 많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