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으로 선박 좌초…기름 다량 유출

부산선적 예인선서 벙커 A유 1만5000ℓ 유출

2007-03-05     한경훈
지난 4일 강풍 영향으로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 인근 해역에서 선박이 좌초, 기름이 유출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마을어장의 피해는 물론 도내 최대경관을 자랑하는 중문해수욕장의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5일 서귀포시와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6시30분께 서귀포시 하예 등대 앞 1.8㎞ 해상에 피항 중이던 부산 선적 예인선 일성T1호(134t)와 바지선 장호9001호(2604t)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잇따라 좌초됐다.

좌초된 예인선이 조류에 의해 중문하얏트호텔 전방 50m까지 밀려 온 가운데 선박으로부터 다량의 기름이 흘러나와 인근 해역을 오염시키고 있다.

사고 당시 일성T1호에는 벙커A유 5만5000ℓ와 경유 3000ℓ 가량이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선박 조사 결과, 이 중 벙커A유 1만5000ℓ 정도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름띠는 하예포구 해안가 방향으로 가로 150m×세로 20m, 중문해수욕장 해안가 방향으로 가로 50m×세로 20m의 면적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좌초선으로부터 동쪽 폭 500m, 길이 1㎞에 걸쳐 해안선을 따라 갈색 유막을 형성하면서 퍼지고 있는 기름띠는 조류와 강한 바람을 타고 현재 중문해수욕장과 인근 해안가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해안의 갯바위가 기름으로 범벅되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오분자기 등이 기름에 질식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마을 공동어장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떠내려 온 기름이 중문해수욕장 모래사장 위에 수백m에 달하는 검은색 띠를 형성, 주민들은 벌써부터 올 해수욕장 개장을 걱정하고 있다.

해경과 해양오염방제조합 등은 장비와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제주해역에 풍랑경보가 대치 발효 중이어서 기름 확산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좌초된 기름 확산 방지를 위해 예인선 둘레에 약 80m의 오일펜스를 설치했으나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인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사고처리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해수욕장 개장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다행히 벙커A유가 햇빛에 증발되는 특성이 있어 최악의 해양오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