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철밥통'…이젠 옛말되나

'울산發' 부적격 공무원 퇴출…제주 공직사회 도입여부 관심

2007-03-05     임창준

제주지역에서 공직계를 ‘산업’이라고도 일컫는다. 교육 공무원까지 합하면 세 집 건너 한집이 공무원이다. 이들의 봉급 부담은 고스란히 도민 또는 국민의 몫이다.

한번 들어가기만하면 정년이 보장되는, 그래서 공무원을 ‘철밥통’이라 흔히 비꼰다. 지난 2월말 제주대학 최하위 기능직 모집에 188명이 원서를 냈고, 응시자 대부분이 대졸 학력이다.

울산발 '부적격 공무원 퇴출'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에도 이런 제도가 도입될지 관심거리다.

울산시는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5급 1명과 6급 3명 등 모두 4명을 별도의 신설조직인 시정지원단에 파견,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울산 남구청도 정기인사에서 5급과 6급, 7급 각 3명씩 모두 9명을 대기 발령했다.

울산시와 남구청은 이들에게 쓰레기 불법투기단속, 교통량 조사 등 일용직이 해오던 단순 업무를 맡기고 업무 수행 결과를 보고토록 했다.

이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퇴직을 유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지난달 2일에는 부산진구청도 '부적격 공무원'을 퇴출시키기 위한 '업무추진 부적격자 3단계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구청측은 업무추진 부적격자를 ▲업무추진 능력이 부족해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기를 기피하는 직원 ▲업무는 팽개치고 불평만 일삼는 직원 ▲성격장애로 직장 분위기를 해치는 직원 ▲음주 등의 이유로 무단결근.지각을 일삼는 직원 ▲업무시간 중 부동산거래.주식투자 등 사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우는 직원 ▲과도한 금전거래와 부도덕한 사생활 등으로 품위를 손상시킨 직원 등 6종류로 분류했다.

구청은 '부적격 공무원'으로 평가되면 1단계로 3개월 동안 직급에 관계없이 환경정비,산불감시활동 등을 담당하는 '업무보조 지원반'에 편성키로 했다.

이후 3개월 동안의 활동을 평가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2단계로 '직위 해제'하고 그래도 근무태도가 개선되지 않는 공무원은 '직권 면직'처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4월부터 근무 태도가 좋지 않고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직원을 현직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서울시는 업무 능력 등이 불량한 직원을 단순 노무 업무에 투입하는 '현장 시정추진단(가칭)'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곳에 배속된 공무원들은 6개월간 담배꽁초 무단투기자 단속 등에 투입된다.

사실상 그만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는 직급과 관계없이 모든 공무원이 대상이다. 6개월 후엔 재심사 등을 통해 복귀여부가 결정된다. 5급 이하만을 대상으로 한 울산시 보다 더욱 강력하다. 서울 각 구청도 여기에 가세하는 건 시간문제다.

현행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파면되지 않으면 강제로 면직할 수 없다. 이 규정이 철밥통 공무원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발 '부적격 공무원 퇴출'이 서울 등 전국 자치단체로 확산하면서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김태환 도지사가 5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이와 같은 전국 지자체의 ‘철밥통 제거’ 움직임과 관련, “공무원 철밥통은 이제 먼 옛날 이야기가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며 “이를 명심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지사가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온정주의’에 약한 그가 이를 강력히 추진하려면 ‘일상 행정의 틀’과 마인드를 깨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그를 관측해온 여러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