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잠을 잘 잘 수가 없다면?
“잠을 못자는 고통만큼 진짜 고통인 것은 없다”. 불면으로 밤을 세우는 사람들은 곧잘 이렇게 호소한다. 우리 인체는 활동과 수면의 반복이라는 신비한 체계로 이뤄져 있다. 그중 하나인 수면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그 자체가 고통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 여름의 열대야는 우리에게 ‘불면의 고문’을 가하고 있는 ‘학대자’다. 열대야는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거나 저기압에 따른 남서풍이 불어 더운 공기가 유입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북동기류에 의한 푄 현상이 발생할 때 나타나기도 한다. 열대야를 더 뜨겁게 달궈버리는 ‘범인’은 따로 있다. ‘열섬현상’이다. 냉, 난방기구, 포장도로, 각종 건축물들이 낮에 뜨거운 햇볕을 흡수했다가 밤에 열기를 내뿜는다.
뜨거운 대기가 마치 섬처럼 덮여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 이조년은 “다정(多情)도 병인양 하여 잠못이뤄 하노라”라고 상사(想思)의 정념으로 날을 샜다지만, 요즘 도시민들은 열대야에 전전반측(輾轉反側)하다 훤히 밝아버린 새벽을 맞는 게 다반사다.
▶수면학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수면은 반드시 시간이 길어야 좋은 것이 아니다. 짧더라도 ‘충분’하면 그게 건강한 수면이다. 수면의 ‘왕도’는 흔히 말하는 7시간~8시간의 시간에 있지 않고 짧게 자더라도 얼마나 깊이 잤느냐에 있다는 얘기다.
현대의 수면학자들은 오히려 시간을 짧게 하는 수면법이 건강에 더 좋다는 학설까지 내놓고 있다. 수면시간을 짧게 하면서도 위대한 일들을 성취한 위인들이 있다. 나폴레옹은 4시간 밖에 자지 않으면서 독서와 군사학 등의 연구에 매달렸다. 부족한 수면은 마상(馬上)에서 가면(暇眠)으로 보충했다. 에디슨도 하루 4시간 이내로 자면서 연구와 발명을 쉼 없이 해냈다. 그는 이런 수면시간으로 84세까지 왕성한 창조적 활동을 했다.
▶인간에게 3욕이 있다. 식욕, 색욕, 수면욕이 그것인데, 식욕과 색욕은 컨트롤이 되는 대신 수면욕은 잘 되지 않는다. 불가의 선승들은 이 3욕 중에서 수면욕을 극복하는데 온 정신을 집중시킨다고 한다.
열대야는 우리 같은 보통시민들에게 잠을 잘 자기 보다는 잠의 극복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선승의 경지까지야 범접할 수 없지만, 그런 흉내라도 내 보는 것은 열대야가 주는 축복은 아닐까? 잠을 못 이루겠다고 안절부절 말고 밤새 독서라도 해 볼 일이다.
독서를 하다 문득 사찰에서 울려오는 새벽 종소리를 듣고 밖을 보면 새벽은 희불구레한 모습으로 이미 와 있다. 한편의 감동적 시는 이렇게 해서 태어나는 것이고, 인생은 그래서 더욱 풍부해지게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