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컨벤션센터의 전락

2007-03-01     제주타임스
국내 최고의 회의시설이라고 자부하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가 저가 의류상품 판매사업장으로 전락하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어떤 곳인가. 제주도가 도민주를 끌어들여 만든 제주관광의 상징물이자 관광인프라가 아니던가. 2003년 개관 이후 수 백 건의 국내외 회의를 유치하며 대내외적으로 최고의 회의시설로 발돋움해왔던 곳이 컨벤션센터이다.

그런 회의시설에서 이른바 ‘땡처리’사업자를 불러들여 결과적으로 지역상권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으니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보도를 보면 컨벤션센터는 오는 4월 19~29일까지 컨벤션센터 이벤트홀에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 주관으로 의류를 중심으로 한 기획판매전을 연다는 것. 그러나 회의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인프라를 수익을 위해 일시적이지만 의류 할인판매장으로 대여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데에 이르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컨벤션센터가 땡처리 행사를 유치함으로써 그 동안 국제회의장으로서 쌓아놓은 명성과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은 뻔한 이치다. 고급스런 국제회의나 품격 높은 전시회, 공연 등으로 이름 값을 하던 컨벤션센터가 일거에 땡처리 사업장으로 급전직하(急轉直下) 내려앉은 것이다. 게다가 땡처리가 열리는 이벤트홀은 ‘컨벤션센터의 얼굴’로 자리 매김 한 곳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상인들은 사상유례 없는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터인데 공기업인 컨벤션센터가 2005년에 이어 또다시 땡처리 장소로 대관을 계획하고 있으니, 컨벤션센터가 다른 지방의 재고 이월상품 땡처리 업체를 불러들여 지역상권을 죽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소아암환자 돕기 기금 마련이라지만 행사에도 나름의 격이 있게 마련이다. 땡처리라는 저급스런 행사에 컨벤션센터를 내놓다니 자존심도 없나. 이런 땡처리 행사는 당연히 취소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