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도시 건물 녹화의 전제

2007-02-27     제주타임스

도심지 건물을 녹화해 늘 푸르고 생동감 넘치는 생태도시가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시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나, 시민들의 심신 건강을 위해서나, 늘 푸른 관광도시 조성을 위해서나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제주시(옛 북제주군 지역을 제외한)의 경우 ‘지속 가능한 도시’와 ‘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도심지 건물의 녹화는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제주시도 이제 인구 30만을 훌쩍 넘어선 거대 도시로 성장해 환경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의 팽창과 더불어 녹지는 서서히 줄어들고 도심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녹지의 상당부분을 유지해 주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전면 해제된 이후 난개발이 우려될 정도로 건축행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도시는 검은 아스팔트와 회색 빛 콘크리트 건물로 삭막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도심 공간의 삭막함 해소

도심지 건물 녹화는 이 같은 도심공간의 삭막함을 해소하고, 생물 서식공간 조성과 대기오염 정화 기능을 살려나가기 위해 필요하다. 도시 건물 녹화는 옥상조경과 외벽녹화 등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도시가 고층 고밀화 됨에 따라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의 중요성은 매우 증대된다. 제주시의 경우 1970년대 이후 고층화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옥상녹화를 시책의 하나로 추진해 왔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올 들어서만도 예산 2000만원을 들여 도심지 아파트 외벽과 시멘트벽을 담쟁이덩굴, 아이비, 줄장미 등으로 녹화해 나갈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주요 도로변 절개지와 아파트 외벽, 시멘트벽, 돌담 등 미관이 좋지 않은 도시 벽면녹화사업 대상지를 일제히 조사, 지역별로 수종을 선택해 녹화사업을 벌여 나간다는 것.

사실 담쟁이덩굴 등 덩굴식물을 이용한 벽면 녹화사업은 유럽에서는 수 백년 전부터 실시돼 왔고 가까운 일본에서도 194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 옥상녹화 역시 유럽에서는 19세기부터 이뤄져 왔다고 한다.

옥상 녹화는 옥상이나 지붕은 물론 지하주차장 상부와 같은 인공지반을 인위적으로 녹화하는 기술로, 처음에는 화재예방을 위해 지붕에 흙을 덮기 시작한 것이 풀씨가 날아와 번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붕 및 옥상녹화가 이뤄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폭격에 따른 2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지붕을 흙으로 덮게 됐고 전후 복구과정에서도 널리 채택됐다고 한다. 특히 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단열재 기능을 가진 옥상녹화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 많이 장려되었다.

에너지 절감ㆍ공해 방지

옥상녹화나 건물벽면 녹화는 도시경관 향상이나 옥상관광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건물 온도가 유지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콘크리트 표면의 균열을 방지하며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해 공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 도심지 생태계에 서식처를 제공하고, 도로와 건물 등으로 단절된 생태통로를 연결시켜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옥상이나 베란다 등 도심 내 자투리 공간을 논밭으로 탈바꿈시키는 ‘도시농부’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다. 중국산 등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고, 자녀에게 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이웃간의 정도 돈독해진다는 것이다.

한 도시농업연구자는 도시농업은 도심 녹지를 조성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일본·독일·영국 등 외국처럼 관련 법규 제정을 통한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제주시가 옥상녹화와 건물 벽면녹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계획 수립 시 옥상과 벽면녹화를 권장하고, 민간 건축 분야에서도 건물녹화가 함께 시행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   원   민
논설위원/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