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도의원되면 보이는게 없나"
◆몇 년전 60세를 바라보는 제주도의회 사무처 한 간부 공무원이 명예퇴임했다. 이에 사무처는 김 씨에게 송별연을 베풀었다. 당시 빵빵하게 잘 나가던 40대 초반 의원 2명도 참석했다. 그런데 술잔이 돌고 조금 취기가 오르자 의원 2명은 김씨에게 큰소리로 시비를 걸었고 잔이 깨졌다. 송별연이 엉망됐고 자리를 파한 후 식당문 밖에서는 의원들이 김씨 멱살을 잡아 폭행했다.
송별연의 주인공은 36년간을 공무원으로 재직, 60세를 바라보는 서기관급 공무원은 의원들로부터 얻어맞았으나 창피해서 아직까지 말못하고 있다.
.◆새로운 의회가 구성된 후 의원과 도지사 등 도청 간부가 상견례로 만찬 자리에서 한 30대 중반의 젊은 의원이 50대 후반 국장의 멱살을 잡았다. 자기에게 술잔을 깍듯이 양손으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원 한명이 여기에 가세해 멱살을 잡는 등 술판은 난장판이 돼버렸다.
◆점심 후 잠시 눈을 붙이던 50대 중반의 도의회 부의장은 들이닥친 40대 중반의 동료의원으로부터 얼굴에 폭행을 당했다. 흰 와이셔츠는 금새 피가 낭자했다. 폭력 전과 출신의 모 의원이 낮술 먹고 홧김에 도둑펀치를 날린 것이다. 불미스런 이야기가 더 있지만 이 정도로 끝낸다.
오늘 필자가 갑자기 지난 의회 이야기를 왜 꺼냈는가. 외근 취재 활동으로만 30년 가까이 기자 노릇하다보니 숨겨진 제주역사를 잘 안다.
오랜 언론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한국사회가 개선되고 민주주의로 흘러가는 등 역사발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존 시. 군 의회가 모두 사라져버린 유일한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엔 역사가 도리어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자는 지난 주 대낮 김 모 의원(제주시)으로부터 전화로 "죽여버리겠다, 몸조심해라"는 협박을 받았다. 김의원은 바로 전날, "지난 7대 의회 때인 지난해 4월 김의원의 주도로 발의한 '도정평가 업무 조례'가 대법원에 의해 무효 판결이 나와 이 조례가 폐기하게 됐다"는 내용의 기사에 불만을 품고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기자는 이 기사에서 이 조례를 발의할 당시 조례가 위법성이 있는데다 의회가 도정을 좌지우지하지 할 가능성도 있는 문제투성이인데도 의회가 끝내 발의를 강행했고, 결국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당시 도의원들의 행정법 체계에 무지한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기자는 이 내용을 보도함으로서 향후 의회가 입법활동을 할 경우 이번 대법원 판결을 거울삼아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발의의원 명단도 모두 적었다.
김 의원은 자기보다 5-6년 연상인 기자에게 반말 투성이로 지껄였다. 설사 기사가 오보이거나 문제점 있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든지, 사법고소 등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될 일을 놓고 의원이 언론사에 협박한 것이다.
언론인에게 협박할 정도면 의회의 '밥'격인 도청 공무원이나 시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을까. 주먹을 쓰고 싶은 사람있다면 아예 '뒷골목' 세계로 나가라. 주먹 실력을 길러 최홍만처럼 일본 K1 리그에 나서면 국위선양도 할 수 있다.
의회(議會)란 말은 한자어로 따지면 곧 올바른 말을 한다는 '議'와 모임인 '會'가 합쳐져 이뤄진 회의(會意)문자다.
올해부터 도의원들은 서기관급 월급을 받음은 물론 각종 수당, 식사대, 국내여비, 해외여행비를 도민혈세로 받는 공인중의 공인이다. 그래서 고도의 도덕성과 함께 언행에 각별 근신해야 할 소이(所以)가 여기에 있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도의원이 사실대로 보도한 언론과 여론을 협박하는 것은, 건전한 언론의 비판에서 자유롭겠다는 것이요, 이는 곧 자기 멋대로 의정활동을 해도 그대로 놔두라는 메시지다. 주민 여론과 건전한 언론 비판을 먹고 사는 지방의회의 기본적인 기능조차 거부하는 반민주적 작태로 서글프기만 하다. ( 이 글로 인해 성실한 봉사자세로 의정활동을 펴고 있는 상당수 의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임 창 준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