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설, 낯설지 않아요"

베트남 이주 여성 원미화씨의 4번째 설맞이

2007-02-16     진기철

“씬 짜오(XIN CHAO.안녕하세요), 축뭉 남 머이(Chuc Mung Nam Moi.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남성과 결혼, 베트남을 떠나 제주에 정착한지 3년 6개월이 지난 원미화씨(25.응웬 트이 응언.Nguyen, Thi Kim Ngan)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새해 인사를 전한다.

고국을 떠나 낯선 제주땅에 정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6월 김인범씨(42)를 만나 결혼하면서 부터다.

지금은 개그쟁이 승우(4)와 시아버지, 시어머니 이렇게 다섯 식구가 오순도순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로 빠르게 변신하기 위해 시장도 줄 곳 혼자서 보기도 하지만 노력만큼 쉽지만은 않다.

결혼이민자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잇는 결혼이민자 네트워크 베트남 대표를 맡고 있는 미화씨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제주에 살고 있는 친구와 언니들(이주여성)과 잦은 통화와 만남을 통해 해소한다.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러 남편과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이들을 만나면서 푼다지만 설 명절이 다가오면 친정 식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하다.

지난 2005년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친정집에 보금간 다녀왔지만, 해마다 갈 수도 없는 처지라 남편과 2년에 한번 정도 찾아 뵙기로 약속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

한국에서 네 번째 설을 맞는 미화씨는 가족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국의 명절이 익숙하기만 하다.

한복을 입은 모습도 한국 여성이 다돼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법 어울렸다.

미화씨에게 한국의 설 명절은 베트남에서의 설 명절과 별 반 다를 바가 없는 자연스런 행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면에서는 한국의 설과 비교도 안될 만큼 크게 치러진다는 것이 미화씨의 설명이다.

베트남의 설 명절 법정 휴일은 나흘정도지만 회사는 5~10일 학생들은 설을 앞두고 약 한달간 방학에 들어가는 등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로 변한다고.

다가 올 설 명절을 기다리는 미화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다. 명절음식을 장만할 생각에 힘들만도 한데 어린아이마냥 싱글벙글 이다.

미화씨는 한국 주부들에게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힘든 날일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며 모든 식구가 한데 모여 음식 장만을 도와주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단다.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한 미화씨에게 승우의 교육문제를 묻자 금 새 그늘이 드리워진다.

문화적 차이와 언어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날로 부쩍 자라는 승우의 교육문제를 생각하면 앞이 아득하기만 하기 때문.

이와 함께 직장을 구할라 치면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다른 이들보다 월급을 적게 주는 것은 물론 고용하기를 꺼려한다며 안타까운 심정도 토로했다.

도 차원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는 것이 미화씨의 바람이다.

무조건적인 사회적응을 요구하기에 앞서 적어도 결혼이주여성의 국가.문화의 위치를 빨리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들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나라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고 적응하는데 힘들어하는 자신들에게 따뜻한 눈길.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이들이 한 없이 고마운 게 이주여성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