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다시 교육을 생각한다

2007-01-24     제주타임스

대한민국의 공교육(公敎育)이 흔들리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강력한 성장동력이었던 공교육이, 태풍 휩쓸고 간 밀림의 거목들처럼 뿌리채 뽑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대신 시나브로 공교육의 틈새를 파고들던 사교육(私敎育)이 바야흐로 전염병처럼 창궐하면서, 전국방방곡곡이 각종 사교육의 선정적이고 유혹적인 깃발로 뒤덮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를 자신들의 배움터로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현안에 대해 ‘사후약방문’만 남발하는 ‘무능한 국가’가 인질처럼 잡고 있는 내신성적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등교는 하지만, 학교가 그들의 진학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학생들의 교사들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도 참담하다.

그 결과 ‘교사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스승공경의 미덕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새삼스레 교권수호가 거론될 정도로 교사들의 교육적 권위가 추락을 거듭하며, 당사자인 교사들의 자괴감도 깊어만 간다.

이처럼 교육적 신뢰가 무너진 학교에서 행여 사제동행(師弟同行)의 지식과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연목구어(緣木求魚)의 도로(徒勞)를 반복할 뿐이라는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런 학교에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로서도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삶의 무게로 허리가 휘면서도 교육세만큼은 꼬박꼬박 내왔는데,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과 허탈감뿐이다.

외국의 경우처럼 대학은 차치하고라도 국가가 아이들 보통교육만큼은 책임지고 시켜줄 것으로 믿고 기대왔건만, 초·중·고교들의 참담한 교육경쟁력에 이미 정나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능력이 닿는 가정들에서는 보따리를 싸서 남부여대로 교육이민을 떠나지만, 언감생심 대다수 서민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들을 집근처의 사교육 기관들에 맡길 수밖에 없다보니, 마음고생은 그렇다치더라도 적자투성이 가계(家計)가 파산의 경고음을 발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위기의 우리 교육현안을 타개하기 위한 거대담론만 무성할 뿐, 정작 여름날 오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는 아이들을 위한 장기전략은 물론 현실적 대증처방(對症處方)조차 시원치 않다.

우리 학교들, 우리 교육현장들,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

진부한 외침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교육이 국가의 백년지대계라는 명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도 유효하며, 내일의 희망이요 주인공들인 학생들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는 한, 나라와 민족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위기의 우리 교육현안을 타개하기 위한 거대담론만 무성할 뿐, 정작 ‘여름날 오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는 아이들’을 위한 장기전략은 물론 현실적 대증처방(對症處方)조차 시원치 않다.

‘짐 진 사람이 팡 찾는다’는 제주 속담처럼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로 대표되는 일선의 교육주체들이 신들메를 고쳐매고, 새롭게 학교와 교육을 일으키기 위한 대장정(大長征)을 시작해야할 시대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지역적·문화적·경제적 특성으로 공교육에 승부를 걸어야하는 제주도의 교육가족들로서는, 학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여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더 이상 국가나 어느 누구에게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敎育家族 아젠다’인 것이다.

고   권   일 (삼성여고 교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