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봉 위기 봉착
전남 나주ㆍ고흥ㆍ보성, 경남 거제도 급부상 …소득작목 정착
제주감귤 가운데 만감류의 상징인 ‘한라봉’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라산 봉우리 모양에서 이름 지어진 ‘한라봉’은 크기와 당도면에서 여느 감귤을 제치고 지금까지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고소득 작물이다.
이 한라봉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전라남도 나주․고흥․보성과 경상남도의 거제도가 대표주자다.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한라봉은 제주 한라봉보다 당도가 높은데다 품질이 뛰어나 고소득작목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전남 나주의 한라봉 재배면적은 8.2ha, 고흥 8ha, 보성 15ha, 경남 거제도 10ha로 그 면적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전남 나주에서 20년째 한라봉을 재배, 그 지역 한라봉 농업을 선도하고 있는 이영길씨(65, 나주시 석현동, 효광농원)의 경우 1987년부터 한라봉 시험재배를 거쳐 1990년 본격화, 지금은 평균 14˚Bx의 한라봉을 생산하고 있는 한라봉 달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씨가 생산하고 있는 ‘골든벨 한라봉’의 경우 15~16˚Bx로 당도가 높아 이건희 삼성회장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서울 유통업체와 가락시장에선 인기 최고다.
이런 점에서 제주 한라봉 농가들이 이씨에게 재배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해 300명 정도가 견학하고 있다.
이씨는 “한라봉하면 흔히 제주도를 떠올리지만 나주에서 생산된 것이 당도가 훨씬 높고 재배기술이 평준화돼 오는 2008년부터 연합출하가 본격화되면 나주한라봉이 급부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제주한라봉은 갈수록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가락시장의 한 관계자는 “2~3년전부터 신맛이 강한 저급품 한라봉이 조기 출하되고 있는데다 상장하지 말라고 해도 올라오고 있는 것과 달리 나주지역의 한라봉은 제주한라봉과 평균적으로 상대가 안될 정도로 고품질이 상장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제주한라봉이라는 명예 때문에 가격도 그런대로 받고 있지만 전남지역의 한라봉이 자리를 꿰차고 앉게 되면 그때는 제주한라봉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한라봉연합회 김종우 사무국장은 “전남 지역의 한라봉은 지금 당장 위협적인 존재가 안되지만 향후 2~3년이면 제주한라봉을 능가할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갖추게 된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제주한라봉이 설자리가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 국장은 “매년 한번씩 나주지방 등 전남지역 한라봉 농가를 견학하고 있다”면서 “그 때마다 느끼지만 이 쪽은 제주지역에 비해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양도 제주의 화산회토에 비해 천연토양으로써 기 기반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특히 나주지역 한라봉 재배농가들은 철저한 교육과 충분한 정보력아래 제주의 고접 한라봉과 달리 실생목인 M16을 재배, 제주보다 수확과 품질면에서 월등한 실정이다.
경남 거제도의 경우 10ha에서 생산되고 있는 120여t의 한라봉이 자동 소진, 물류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 제주의 한라봉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실정이다.
한편 제주도와 농협 등은 저급품 한라봉 출하방지를 위해 규격 출하를 유도하는 등 농가교육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