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현장을 가다-유경수산상사

2004-08-02     한경훈 기자

‘남이 가지 않는 길에 성공이 있다’는 말이 있다. 프론티어 벤처기업가 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이 말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기업이 있다. 수십 년간을 오로지 해조류 가공만을 고집해온 유경수산상사(회장 문사일)가 바로 그 주인공.

남제주군 성산읍 신풍리에 자리 잡고 있는 유경수산은 제주도의 청정 해조류를 적절히 가공, 1979년부터 일본에 수출해 오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15~20억원 정도로 이 중 일본수출 비중이 80%, 나머지 20%는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유경수산상사는 이런 성과로 2003년 ‘수출기업화사업대상’에 선정되고, ‘백만불수출탑’도 1990년과 2000년에 두 번이나 수상했다.

타 지방 출신인 문 회장이 제주와 인연을 맺은 때는 지난 1978년. 무역 관련 일로 전국 수산물을 조사하던 중 제주도에만 분포하는 특별한 해조류를 발견하면부터.
이 해조류는 갈래곰보, 고장초, 까막살, 진두발 등으로 국내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편이지만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품목이다.

문 회장은 당시 일본에서 다양한 해조류가 샐러드용과 쌈용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에 착안, 이 해조류의 수출사업에 나선 것이다.
자칫 그냥 사장돼 버릴 수도 있었던 이들 해조류를 제주의 특산물 목록에 올려놓는데 그가 ‘일등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유경수산을 이들 원료 전량을 도내 수협 어촌계에서 구입, 어민들의 수입증대에도 한 몫 하고 있다.

그는 “해조류가 성인병 예방 등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웰빙 바람이 불고 있어 국내에서의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한 가지 꿈이 있다.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해조류를 이용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 현재 유경수산의 사업은 반가공에 그치고 있다. 해조류를 염장시킨 다음 이물질을 제거하고 세척을 끝낸 후 포장, 상품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으로서 완제품 생산에 따른 막대한 시설자금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꿈의 실현에 장애가 되고 있다.

문 회장은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이나 은행대출을 이용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기업시설에 대한 담보력을 보다 인정해 원활한 사업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치단체 등에서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