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 '관습농법ㆍ인식' 개선 시급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은 제주경제의 버팀목이다.
이 버팀목이 한미FTA협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한미FTA에 이어 유럽, 중국 등 과일강국과의 FTA협상이 줄을 잇고 있다.
일련의 FTA협상은 점점 제주감귤의 목줄을 죄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맛좋고 보기좋은 만다린 등 감귤류의 수입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를 감안, 제주도와 생산자 단체인 농협과 재배농가들의 대응책도 세워졌다. 그러나 그 수위가 미미하기 그지없다.
반면 외국은 자국산 감귤류의 수출을 위해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다. 제주감귤은 포도, 사과, 배 등 당도 높은 국내산 과일과의 경쟁력에서도 무참히 깨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도 높은 생과 등 외국산 감귤류의 본격 수입이 이뤄질 경우 제주감귤은 그야 말로 끝장이다. 감귤만 과일이 아니다. 불로초, 황제, 귤림원 등 일부 감귤을 제외하면 당도는 10˚Bx 안팎에 머물고 있는 제주감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주감귤협의회는 농협조합장으로 방문단을 구성,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감귤 선진지인 이태리와 스페인을 현지 방문, 제주감귤이 처한 문제점과 개선책을 배우고 돌아왔다.
노지감귤류 당도 12~15˚Bx 최고품질 추구
주스 개발 등 수출다변선 확보에 역략 집중
"제주 이대로 가다간 끝장이다" 한 목소리
이번 이태리와 스페인 방문 결과는 “제주 감귤 이대로 가다가는 끝장이다”였다. 조합장들은 이번 현지 감귤농가 방문을 통해 지금과 같은 ‘관습농업’에서 탈피하기 위한 농가의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각인하는 기회를 얻었다. 현지 감귤농장은 일단 제주와 규모면에서 판이했다. 이태리와 스페인 모두 감귤원을 규모화, 집단화, 관리는 물론 유통까지 이르는 접근용이성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소규모 농가를 회원조합으로 영입, 이를 영농법인 등으로 조직화, 집중 관리함으로써 고품질의 감귤생산을 유도하는데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이태리 동부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MOF(Mercato Ortofnttrot Fondiㆍ농산물종합도매시장)의 경우 민간인 참여아래 시와 주정부가 투자, 연간 120만t의 신선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최대 집산지였다. 즉 이태리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을 한곳으로 집산화, 이곳을 도매인들에게 임대, 최고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대신 그 만큼의 댓가를 포함한 소비자가를 형성, 호응을 얻고 있었다.
MOF 홍보담당 로베르토 세베(34)씨는 “보다 신선하고 값싼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유통시스템의 하나가 바로 이곳 도매시장”이라면서 “소비자의 호응도 높아 생산자의 소득이 덩달아 향상됨으로써 경쟁력이 높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태리의 감귤원은 제초제를 쓰지 않고 1년에 한번 농약을 쓰는 유기농법 재배가 특징이었다. 한 농장에서의 감귤생산량, 나뭇수, 나무의 역사, 나무별 열매량, 수확농민, 감귤수확장비 등 감귤 생산과정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전산화, 이를 선과장에 그대로 보냄으로써 생산이력제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었다.
사실 이 같은 절차는 제주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조합장들은 “감귤 선과장은 오히려 우리 제주가 더 낫다”고 전제 “그러나 규모면에서 제주와 다른데다 생산부터 수확, 판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전산화, 이 과정에서 문제점을 판독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점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문단이 찾은 스페인 감귤밭은 당도가 12˚Bx~15˚Bx인데다 신맛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단게 특징이었다.
이유는 풍부한 일조량과 소비자 기호에 맞는 품종 개발과 생산, 철저한 관리, 관수 시설 등에 있었다. 강희철 협의회장은 “이 곳 감귤을 따서 먹어본 결과 이른바 ‘뽕깡’과도 비슷한 품종같다”면서 “이 같은 감귤이 제주로 생과 수입될 경우 제주감귤은 그야말로 끝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합장들은 이구동성으로 “과연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곳 감귤원 대표 비센데(VICEND E?8)씨는 “할아버지때부터 3대째 감귤밭을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스페인 감귤이 처한 문제는 과잉생산이지만 이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수상과 저장관리를 통해 고급과일로서 통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였다. 또한 이 곳 감귤은 개인이 운영하는 1200평 이상의 선과장 겸 감귤저온저장창고에서 철저하게 선별, 고유의 포장을 거쳐 RADA, CEVITA RUMBA라는 브랜드명으로 유럽등지에 수출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합장들은 어떤 결론을 얻었을까. 김종석 위미농협조합장은 “선과장과 감귤밭을 둘러본 결과 생과쪽으로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농축액이 수입될 경우 제주산 가공용감귤 처리문제가 급부상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희철 서귀포농협조합장은 “우리도 품질 좋은 주스개발 등 다양한 제품 생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한경농협조합장은 “문제는 지금의 관습농업을 탈피하는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보다 더 좋은 감귤을 생산하기 위한 농가들의 뼈를 깎는 고민과 노력이 결국 좋은 감귤을 생산하는 바탕이 되는데 아직 제주는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제주감귤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번 이태리와 스페인 감귤 선진지 견학 결과는 자국의 감귤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기능과 이를 토대로 수출다변화에 모든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제주는 유통명령제 발령 등 국내산 과일과의 경쟁만을 의식, 스스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감귤 품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도 이번 방문의 결실이었다. 김성언 효돈농협조합장은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평준화시키기 위해서는 극조생은 단계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면서 “감협에서도 이 문제를 정확히 진단, 좋은 품종과 묘목을 농가에 보급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