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출범 …서귀포시 '약인가, 독인가?'
갖은 노력에도 극심한 인구유출
서귀포시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은 뭐니뭐니해도 관광과 감귤. 입도 관광객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감귤 또한 3년 연속 제값받기에 성공했으면 살만하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어업인, 시장상인, 주민 할 것 없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인구 감소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2004년 말 기준 서귀포시 인구는 15만7903명으로 5년전인 1999년 16만4183명보다 3.8%가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제주시 인구가 37만5310명에서 39만9332명으로 6.4% 증가한 것과 극한 대조를 보인다.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희망을 잃고 고향을 등지는 서귀포시민들이 많다는 말이다. 1차산업 진흥, 관광단지 개발 및 관광기반시설 확충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많은 지역경제 회생대책을 시행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각종 전략의 틀을 새롭게 짜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민경제 파급형 관광개발 필요
2006년 8월 기준으로 서귀포시 지역에서 추진 중인 관광개발사업은 모두 13개소. 투자규모가 4조원이 넘는 이들 사업 가운데 10개소는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받고 일부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주요 사업을 보면 동흥동 미악산 일대의 325만㎡(98만평) 부지에 ‘서귀포 제2관광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앙정부 9개 산하기관을 유치, 서동홍 일대 113만㎡(34만평)에 ‘혁신도시 건설을 진행 중에 있다.
또 성산포해양관광단지 개발지구에 포함된 섭지코지 일대에 ‘휘닉스아일랜드’가 착공됐고, 상효동 일대에 계획 중인 ‘우리들 메디컬ㆍ골프리조트’도 각종 환경평가 심의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7대 선도프로젝트 중 4개가 서귀포시지역에 입지해 있다. 이 가운데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부지매입을 끝내고 민간사업자 공모 중에 있다.
이 같은 굵직한 개발사업의 추진이 지역의 경제총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은 분명하나 서민경제에 얼마만큼 기여할 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골프장들이 숙박시설 등을 자체적으로 갖추면서 일반관광시설들은 골프관광객 증가에 따른 경제적 수혜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들 사업이 ‘자족형 단지’ 형태로 추진될 경우 ‘사업자는 배부르고 토착주민은 배고픈’ 양극화 현상을 낳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향후 관광개발사업은 서민경제에 최대한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테마있는 지역발전 모색해야
서귀포시는 청정한 환경을 바탕으로 자연관광자원과 인공관광자원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회의산업과 스포츠산업의 인프라도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서귀포만의 특징은 없다. 인문관광자원도 열악하다.
서귀포시가 제주관광의 중심체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을 위한 막연한 상품개발이 아닌, 지역주민과 세계인이 공감하는 특화된 관광자원을 발굴ㆍ육성해 나가야 한다.
지역축제만하더라도 지역주민부터 재미있어야 관광객도 재미있다. 지역이나 상품이 우선 지역주민에 의해 자랑스러운 존재가 돼야 하는 것이다.
관광자원은 생활과 분리시키는 개발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생활문화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지역관광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광객을 위한 상품개발이 아니라 ‘살아서 좋고 방문해서 좋은 지역만들기’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자원들을 묶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평생학습의 장소로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인적ㆍ물적 접근창구 확보 절실
산남지역 대표적 항구인 무역항 서귀포항이 제 역할을 잃으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귀포항을 드나드는 여객선은 1998년 이후 10년째 끊겼으며 정기화물선 취항도 이뤄지지 않아 무역항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서귀포항 화물처리량도 연간 42만3000t으로 처리능력(91만6000t)의 46%선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체류형 관광객 유치에 한계를 보임은 물론 지역주민 및 업체의 물류비 부담도 가중시키고 있다.
서귀포항 취항 여객선 및 화물선 운송사업자 발굴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와 함께 경비행장 개발도 적극 검토해 볼만 하다. 제주공항의 포화상태에 대비, 그 기능과 역할을 분담하는 부정기 항공 및 전세항공 전담기점 공항을 개발할 경우 명실공히 국제적 휴양관광도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경비행장 개발이 다른 사회간접자본과 연계, 시너지 효과를 내면 서귀포시의 경쟁력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