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새는」 정보통신 핵심 신기술

2006-12-21     김광호 대기자

반도체 기술 해외유출 사건중 대규모
예전과 방법 달라…中서 시제품 제작

EMLSI의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중국 현지에서 시제품까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예전의 국내 기술 해외 유출사건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지금까지의 각종 국내 기술 해외 유출은 설계도가 유출되는 과정에서 적발돼 실제로 현지에서 시제품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M사의 CIS기술 설계도가 중국으로 넘겨졌고 기능을 확인하는 시제품 칩까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나마 이 단계에서 범행이 드러나 다행이지, 완제품이 생산됐다면 이로 인해 M사는 물론 국내 관련 업계가 입을 손실은 엄청날 뻔했다. 국가정보원의 첩보에 의해 이 사건을 수사한 제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강창조, 주임검사 이중희, 임세호)는 “메모리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EMLSI가 비메모리 반도체인 ‘CMOS 이미지 센서(CIS)’분야로 새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고,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로써 주로 컴퓨터와 가전제품 및 통신기기 등에 들어가는 필수품이다. 또 ‘CMOS이미지 센서(CIS)’는 신체의 눈과 같은 것으로. 빛을 감지해 전기적 신호로 교환하는 기능을 한다. 휴대폰용 카메라는 물론 인공위성에서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로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검찰은 “이런 형태의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은 사실상 처음이고, 특히 다른 회사의 기술을 빼돌려 해외 유출한 혐의가 무겁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자사의 기술을 갖고 중국 현지에서 생산 기술을 갖춰 제품을 만들거나, 순수 자사가 개발한 기술을 해외에서 현지 회사와 공동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EMLSI 측은 21일 ‘검찰 조사와 관련한 입장’이란 발표문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기술을 다른 회사에서 빼돌려 중국에 갖다 주려고 했겠느냐”며 “제품생산을 위해 중국 공장으로 가는 수준은 단순히 생산에 필요한 정도의 것일 뿐이며, 이를 활용하기란 실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MLSI는 “(자신들은) 자체 공장이 없는 팹리스 기업이어서 자체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생산에 필요한 정도의 자료를 위탁생산업체인 중국 G사에 전달, 제품을 개발·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제품의 핵심부분은 (자사)엔지니어들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했기 때문에 M사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따라서 “사건의 진실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 밝혀질 것이고, 회사의 본령인 휴대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흔들림없이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많은 도민들도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서울에서 이전해 온 반도체 기업이 이 사건으로 주저앉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범법 행위는 엄단돼야 마땅하지만 기업이 쓰러져 문을 닫는 일 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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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LSI, 두번째 제주이전 기업체…주력품목 저전력 S램
박 모 대표, 20년 반도체 베테랑…해외영업 잔뼈 굵어

 EMLSI는 휴대폰·PDA·MP3·게임기 등 각종 휴대기기에 사용되는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해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1월 서울 송파구 밴처밸리에 있는 본사를 제주시 연동 제주건설공제조합 빌딩 4·6층 2개 층으로 옮겼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이은 수도권 제주지방 이전 기업 2호로, 도민들의 기대를 모아 온 기업이다.
박 모 대표(44)가 이끄는  EMLSI의 생산품 모바일 기기용 메모리는 저전력 고성능 제품으로 세계 유명 휴대폰 업체와 반도체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메모리를 개발·설계만 하고 실제 생산은 대만 등 주로 해외 수탁생산 전문업체를 활용해 왔다.
주력 상품은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저전력 S램이다. 휴대폰 배터리의 소모량을 줄여 주는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칩이다. 세계 휴대폰 수요의 4.5%(20 04년 기준)를 차지하기도 했다. 회사 설립 4년만인 2004년  811억원의 매출에 1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의 제주 이전에 도민들도 크게 환영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도내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 해소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박 대표는 20년 간 반도체 부문에서 일한 반도체 전문가이다. 대기업 기술연구소와 해외 영업 부문에서 15년 간 일했다.
그는 회사 설립 5년 만인 2005년 1월 코스닥에 등록했다. 공모주 청약에는 1조5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몰려 무려 39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주당 1만8000원의 공모 가격이 한때 3만원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설립 초기에는 영업 실적이 좋아 인기를 누렸고, 유망 기업으로 평가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