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보호' 논리 무너질 위기

보전보다 도외 반출 제한한 부관 잘못 판결

2006-12-15     김광호
제주산 지하수 보존 논리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보호가 우선이냐’, ‘도외 반출 확대를 제한한 부관이 잘못이냐‘.
도민사회 최대 이슈의 하나인 한국공항의 제주산 먹는 샘물 도외 반출 계속 금지 또는 허용 문제가 2심 법원의 판결로 시판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제주도가 곧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 맡겨지게 됐다.
대법원이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파기 환송하면 2심 판결은 무효가 돼 국내.외 시판을 할 수 없도록 한 제주도의 행정행위, 즉 부관은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부관은 잘못된 행위로 취소한다”는 2심 법원의 판결이 확정될 경우 결국 한국공항은 2심 판결대로 지하수를 이용, 먹는 샘물을 제조.판매할 수 있게 된다.
어떻든 많은 도민들은 법원의 판단을 떠나 제주지하수는 제주의 생명수로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공항이 부관으로 인해 직업활동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보기가 어렵고, 침해 당한 직업활동의 자유가 달성하려는 공익(지하수 보호와 지하수 공공성의 원칙의 실현)에 비해 심하게 침해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부관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한 1심 판결에 환영했었다.
법리적인 판단은 당연히 재판부의 몫이다. 그러나 지역특성과 지역주민의 정서도 있다. 도민이면 누구나 제주지하수의 고갈 우려를 걱정한다. 제주지하수 보호의 당위성은 섬이라는 제주지역이 안고 있는 최대의 특성이고, ‘보호의 필요성’은 도민들의 일치된 정서이다.
앞서 1심 법원이 ‘부관 합법’ 판단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은 법리적인 판단에만 치중해 지하수 고갈 우려와 이에 따른 도민들의 정서를 등한시 한 인상을 갖게 한다. 광주고법 제주부는 부관의 위법성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33조3항과 33조2항에 근거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동법 33조3항은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이 아니면 지하수를 먹는 샘물로 제조.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이는 이 법 시행 이후에 새로운 허가를 불허하는데 적용되는 것이지, 한국공항처럼 이미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를 받은 후 이용 기간의 연장 허가(제33조2항)를 받아 오던 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공항이 기간 연장 허가를 받는 한 여전히 지하수를 이용해 먹는 샘물을 제조.판매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물론 2심 재판부는 “반출 허가를 하면서 반출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지하수 보전.관리를 위한 적법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출허가 처분의 본질적 효력은 해당 지하수의 도외 반출이 지하수의 보호를 위협하지 아니함을 확인함으로써 지하수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는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또, “한국공항이 당초 먹는 샘물을 국내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당시 도민의 정서와 제주도 및 도의회와의 관계, 그리고 사업상의 불이익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후 생산시설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게 돼 약속의 철회가 합리화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점도 판결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의 도민정서와 지금의 도민정서가 과연 달라졌는지, 사업상의 불이익이 제주지하수를 남용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 사건 2심 판결을 지켜본 한 도민은 “이 판결로 제주지하수의 고갈우려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제주도는 대법원에서 1심 판결대로 지하수를 보호할 수 있는 판결을 받아 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