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누더기틈의 볕살’ 돌려다오

2006-12-10     김용덕

이태백부터 육이오까지


내년 서민경제가 더 어렵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요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경제양극화의 심화로 부익부빈익빈은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똑 같은 하늘아래 같은 땅을 밟고 사는데 서로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부자들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데 빈자는 오늘도 한끼 걱정이 우선이다.

그 한숨소리로 땅이 꺼질것만 같은데…. 그래서일까. 최근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결과 1위가 ‘로또’ 당첨이란다. 또 자신이 중류층이라고 여겼던 많은 사람들이 하류층으로의 급전하락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공공요금 인상과 자녀들 교육비 등 벌어도 벌어도 이를 감당못하니 한숨만 깊어갈 뿐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받아줄 곳 없는 풍토. 그래서 생겨난 말들이 많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부터 38살이 명예퇴직 가이드라인이라는 ‘삼팔선’, 45살이면 정년퇴직 해야 한다는 ‘사오정’도 있다. 더 심한 말도 있다. 56살이 돼서도 퇴직을 안하면 도둑놈이라는 ‘오륙도’와 62살이 돼서도 퇴직을 안하면 오적에 들어간다는 ‘육이오’까지.

이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청년실업의 현주소

최근 한국은행제주본부와 제주은행, 농협제주본부가 공동으로 제주지역 청년실업 문제와 해소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제주지역 청년실업률은 16.9%로 전국 평균보다 2.3배 높고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제주가 전국대비 0.2~0.4배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제주지역 대학생 졸업생들은 취업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과 경기침체로 휴학 또는 졸업 연기 등의 행태로 노동시장에의 진입을 늦추고 있다. 이는 대학생들의 3D기피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더 큰 이유는 제주에 이들을 받아줄 기업체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데 있다.

“제주지역 젊은이들은 다른 지역의 젊은이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속에서 취업문을 두드리려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고용의 안정성은 매우 열악, 자영업 취업이 많다. 특히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이유로 대학생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기업체가 거의 없어 일자리가 없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대학졸업자들이 바라는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도훈 제주대 총학생회장이 이번 세미나 토론자로 참석해 한 말이다.

그는 “제주출신이라면 서울에서 받는 연봉이 제주에서 받는 연봉보다 1000~2000만원 많아도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제주지역에서 살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제주의 젊은이들이야 말로 제주지역의 미래다. 제주를 이끌어 나갈 젊은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정부나 산업체, 대학 그리고 젊은이들 모두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가난한 생명생존의 가치

‘벼룩의 간’ ‘모기다리의 피’처럼 ‘누더기틈의 볕살’이라는 말이 있다.

부자가 거지의 그나마 남은 것까지 앗아가는 현실을 빗대는 말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권력자와 비권력자 등 상하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말이도 하다.

누더기 틈에 비치는 광량(光量)이 하찮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난한 생명의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가장 으뜸 가치다.

코린트의 철인(哲人) 디어게네스가 위대한 정복자인 알렌산더로부터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고 했을 때 “지금 가리고 있는 볕 좀 쬐게 해달라”가 전부였다.

사시사철 누추한 누더기 옷을 걸치고 사는 디오게네스에게는 그 누더기 틈의 햇살이 가장 소중했던 것이다.

중산층에서 하류층으로 전락했다고 느끼는 사람들, 노숙자들, 한끼 밥 걱정과 연탄 1장이 소중한 사람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 없어 떠도는 사람들,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아동들….

이들로부터 한줌의 햇살을 도적질한 자들. 그들이 정부든 부자든, 권력자든 우리는 그들을 단죄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당신들이 가리고 있는 희망의 햇살을 다시 돌려달라는 말밖에.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