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가시화되는 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건립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도립미술관 건립은 도내 미술인들의 오랜 숙원을 해소하고 도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문화예술 공간 확보를 위한 사업이다. 제주시 연동 제2횡단도로변 ‘신비의 도로’ 인근 도유지 1만2027평에 건축면적 2000평으로 지어질 도립미술관은 BTL(민간자본유치사업) 방식으로 추진되는 데 국비보조 30%를 포함해 총 200억 원이 투자되는 대형 사업이다.
전시뿐 아니라 교육기능도
문화 향수(享受)의 욕구가 날로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의 미술관은 단순히 전시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교육의 기능이나 종합문화센터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아울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미술 주변의 예술을 적극 끌어들이는 이벤트도 다채롭게 펼치게 된다. 이밖에도 앞으로 미술관의 다양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 틀림없다. 특히 제주는 특별자치도이자 국제자유도시로서 이제 하나의 지방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관문이라는 인식에서 접근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도립미술관 건립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문화가 한 나라의 얼굴을 상징하는 국제적 현실에서 미술관은 국가나 한 지역의 얼굴이 됨과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생활 영역을 확대해 여유롭고 활기찬 사회를 조성해 나가는 선도역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미 행정, 문화예술단체, 미술계 등 각계 전문가들로 도립미술관 건립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도립미술관의 건축설계, 공사 등 건립사업 추진에 관한 사항을 비롯, 전시작품 수집 및 전시계획, 건립 후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사항, 그리고 기타 도립미술관 건립에 따른 제반 사항에 대해 자문을 받고 있다. 2008년 12월 완공 예정인 도립미술관은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전시실과 자료실, 수장고, 사무실 및 편의시설 등의 배치계획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도립미술관이 미술인이나 도민들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켜 줄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이자 사람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는 필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도내에 있는 공공 전시장, 공연장 등 문화 기반 시설의 경우 건물만 있을 뿐 전문성, 공공성,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부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돼 온 터였다. 게다가 예산도 모자라고 전문인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운 관리와 운영이 될 리 없으니, 문화 향수권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보나마나 뻔한 일이다. 문화 기반 시설은 그 운영에 있어 전문성을 강화하고, 관리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문화적 지표 가늠하는 상징
도립미술관은 그 같은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시설로 기대를 거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까. 미술관은 지역의 문화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을 포함한 복합적인 얼굴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문화적 지표를 가늠하는 상징성을 지니며, 미술문화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게 돼 결과적으로 사회 복지 정책과도 맥이 통하게 되는 것이다. 도립미술관 건립이 이처럼 가시화된 것은 도내 미술인들이 지난 1998년 말 공공미술관 건립 운동을 벌이자고 ‘결의’한 이후 근 8년만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은 미술단체 중심의 민간운동으로 펼쳐져 왔으나 제주도와 문화관광부의 적극적 뒷받침에 힘입어 지금과 같은 구체적 결과물을 도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먼저 도립미술관 운영을 위한 수장품 확보 방안도 시급하다. 장리석 화백이 기증키로 한 100여점의 작품만으론 모자라다. 이런 저런 문제들이 해결되도록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도립미술관은 박제처럼 건물만 치레한 미술관이 되기 십상이다. 이제 도립미술관은 제주 문화발전의 바탕이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문화의 중요성을 도민들에게 인식시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아울러 이것이 문화관광을 활성화시켜 관광진흥에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 원 민 (논설위원/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