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우리가족

2006-12-04     제주타임스

우리가 가정을 가리켜 마음의 안식처요 지상의 낙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번쩍거리는 대리석에 도금한 장식품으로 이루어진 건물 때문이 아니다. 한 핏줄을 나눈 구성원끼리 믿음으로 연결되며 기쁨이든 슬픔이든 함께 나누는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일 삭막한 세상에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없다면 인간은 모두가 남의 세상을 살다가 죽어갈 것이다. 체면, 의무, 도덕 따위의 속박을 받아 단 하루도 정겨운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나 자기 가정에서 살기 위하여 세상은 그토록 넓다.”(에머슨)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10억원짜리 건물이 아니라 집안에 살고 있는 가족이다. 나날이 힘겨운 살림에 시달리는 세파에서 가족이란 말처럼 정겨운 것이 없다. 즉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이 친밀한 관계 속에서 생활하고 성장하여 서로의 생명을 같이 나누고 사랑이라는 끈으로 굳게 뭉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에는 제단이 필요하다. 촛불이 켜져 있지 않더라도 애정, 신뢰, 희생이 제물이 되어 향기롭게 승화하는 제단이다. 이런 제단을 제거한다면 자기를 불사르는 사랑이 타오르지 않을 것이다. 편협하고 왜곡된 고집으로 인해 가정의 결속은 끊어지고 말 것이다. 오늘의 극단적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로 불신과 질시가 가득한 사회를 바로잡아 가꾸기 위해 먼저 우리 가족 안에 지속적으로 애정을 저축해 두어야 한다. 혼이 없는 신체가 사람이 아니듯이, 사랑과 신뢰가 없이 호화로운 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가족일 수 없는 것이다. 철창이 감옥을 만드는 게 아닌 것처럼 도금한 벽과 수입한 고급 가구가 가정을 이루지 못한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오로지 가족이다. 가정은 가족들의 목숨을 주고받는 곳이요, 행복과 평화가 샘솟는 안식처이다. 이러한 우리의 가정에서 위로와 봉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또 어떻게 광활한 세상을 떠돌아야 될 것인가?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매다가 마침내 집안에 돌아와 그것을 찾는다고 한다. 메테르링크의 “파랑새”도 결국은 먼 이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집안에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모든 것을 우리 집안에서 찾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데 우리의 비극이 있다. 불행하게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그들의 가정에서 찾을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요즘 보도 매체에 등장하는 여러 사연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물질만능의 풍조에 도취되고 지극히 찰나적인 쾌락주의에 빠져들어 생명을 낳고 기르는 가정의 본분을 배척한다. 그래서 앞으로 10여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 추세로 돌아서며, 종국에는 우리 민족의 대가 끊기리라는 가상의 뉴스가 보도된다. 이혼율이 세계 최상위이며 부부간의 의혹과 질시로 폭력 행사, 나아가서는 배우자를 살해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일가족 집단 자살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자식이 부모를 구타하는 보도도 접할 수 있다. 그러하여 위기의 가정, 해체되는 가족 모럴 등등의 섬뜩한 용어가 우리들의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온다. 모든 가정은 우리의 안식처인 동시에 생명을 이루면서 사회와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초의 보루요 세포이다. 우리 가족들이 “가족적”인 생애를 영위한 때 우리는 얼마나 살아가는 맛을 느끼게 될 것인가? 우리 가족은 기쁨, 평화, 안식뿐만 아니라 슬픔, 고통 수고도 함께 나누는 생명 안에 살아간다.

김   영   환 (전 오현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