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홍콩 GIL社'문제 폭로해 놓고 정작 진실규명엔 꼬리내리나
문대림 의원 "노파심에서 문제제기 … 투자 성사돼야"
2006-11-28 임창준
지난 23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홍콩GIL사가 체결한 투자합의각서(MOA)를 맺은 홍콩의 투자업체가 투자실적 없이 서류로만 존재하는 ‘종이회사‘(Paper Company) 라고 폭로하며 도민사회에 의문을 던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28일 회의를 열었으나 정작 출석한 증인 자격을 놓고 왈가왈부하다가 40분만에 맥없이 끝나버렸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한기환)는 지난 23일 도청 공보관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문대림 의원이 “김태환 지사-김경택 개발센터 이사장이 이달초 홍콩에서 투자합의 각서를 맺은 홍콩의 투자회사 GIL사는 투자실적이 전무하고 서류로만 존재하는 종이회사”라고 폭로했다.(관련 본지 기사 24일. 28일 3면 톱 보도).
이에 개발센터가 이를 정면 반박하는 내용의 기자회견 등이 이뤄지자 의회 행자위는 지난 23일 김경택 개발센터 이사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사실규명을 위한 회의를 28일 오전에 갖기로 함에 따라 이날 회의를 속개했다.
하지만 행자위는 회의를 시작하자말자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한 김경택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개발센터, JDC) 가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규명 노력을 한번도 하지 않은 채 회의를 끝내버렸다. 이날 개발센터는 “김 이사장이 사전에 서울에서 외국인 투자가와 상담을 벌일 스케줄 때문에 대신 김철희 부이사장이 출석했다”고 밝혔다.
김철희 부이사장은 진철훈 전 이사장이 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한 후 지난 10월 김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6개월간 이사장 직무대리를 지낸데다 문제의 홍콩 GIL사와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한 실무 최고 책임자로, 의회 질의에 답변하기에 적격자로 지목돼왔다.
회의 벽두 한기환 위원장은 "행자위가 출석을 요구했던 것은 개발센터 이사장으로 김경택 이사장은 현재 이 자리에 없다"면서 "부이사장이 출석했으나 우리가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한 인사가 아닌 만큼 부이사장으로부터 답변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처음부터 말문을 막아 버렸다.
문제를 폭로한 문 의원은 "제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더 이상 도민들에게 상실감을 줘서는 안되며, 이번 만큼은 반드시 (투자가) 성사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아픈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노파심에서 문제제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출석한 김철희 부이사장을 상대로 질의를 펴지 못하게 하자 강원철 의원은 "출석한 개발센터 부이사장에게 답변을 못하게 하면서 진실을 어떻게 가리자는 것이냐. 부이사장도 개발센터 대표로 일단 이자리에 나왔기 때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한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김철희 부이사장은 회의가 끝난 후 “모든 의문을 속시원하게 밝히려고 관련된 자료들을 준비해왔으나 발언기회를 주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결국 의회가 제주 도민 사회에 충격적인 폭로로 문제만 제기해놓고는 이의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은 포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