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축제 사고계기로 본 도내 축제 … 무엇이 문제인가
그 축제가 그 축제, 민선시대 우후죽순 양산
2006-11-26 임창준
◆민선시대 축제 봇물 이뤄= 제주축제는 1990년 전까지만해도 제주감귤축제·한라문화제(현 탐라문화제)·유채꽃잔치 등 고작 3건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1995년 축제 건수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1999년과 2000년 1년 새에 14건이던 축제가 무려 30건으로 갑절이상 늘었다.
올해 제주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50여건으로 집계됐다. 기존 시·군과 마을단체, 경제관련단체 등이 합작해 태동되는 축제는 주로 관광객을 끌어들임으로서 관광경기 활성화 및 관련 산업 육성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축제현황을 보면 민선자치시대에 제주축제의 난립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1995년 민선자치시대가 시작되면서 종전 3건이던 축제 건수는 14건(1995∼1999)·30건(2000)·44건(2001∼2004)·47건(2005)·50건(2006)으로 종전보다 무려 18배 가까이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마을 유지들과 ‘궁합‘을 맞춰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구실로 새 축제를 기획, ‘제조‘해 선심성으로 예산을 지원해주면서 생겨난 축제도 상당수에 이른다. 지역간 무리한 경쟁의식도 ‘무리한‘ 축제를 생산하는데 기여해온 것 역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전리품이 된 축제도 있다. 거대한 예산을 들인 세계섬문화축제와 제주신화축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천편일률적인 축제= 각종 축제가 대부분이 연예-오락 프로그램 위주로 이뤄져 독창성이 결여되고 낭비성 요인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축제 유형을 보면 관광축제가 대부분으로, 관광에 편중된 가운데 전통문화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종합축제의 형태로 운영되면서 독창성이 크게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방어축제만 하더라도 ‘방어‘가 갖는 지역문화와 밀접하게 연계하는 프로그램은 사실상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른 제주의 축제 프로그램 역시 다양하기보다는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돼 차별성이나 독립성은 찾아보기가 힘든 형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축제 내용이 민속-음악-무용공연과 가수-연예인 초청공연, 청소년 또는 중장년 노래자랑 등 연예-오락적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고 부대행사는 천편일률적으로 먹거리와 각종 잡기 놀이판, 흥미거리 이벤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축제들을 도 차원에서 평가해 유사 축제나 낭비성 축제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축제 전문기구를 설립해 행사의 기본 방향과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축제의 독창성과 특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안전사고 위험이 담보되는 축제도 있다. 광활한 오름의 목야지에서 벌어지는 들불축제의 경우 겨울철 밤 시간대에 불놓기( 火入)가 이뤄져 강풍이 불 경우 화마(火摩)가 인근 야산으로 확산되고, 들불축제에 모인 사람들에게까지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를 불러일으킨 제 6회 방어잡이 축제의 경우, 해마다 파도가 일렁이고 강풍이 많이 부는 11월 중순∼11월 하순에 실시됨으로서 배낚시를 이용한 방어잡이는 항상 해난 안전사고의 위험이 언제나 도사려 왔다.
◆제주축제의 현황= 국내 축제는 한해 1020건에 달하고 있다. 제주 축제는 이 중 약 5%(50건)에 달한다. 제주 축제는 7월과 10월에 각 10개(15.2%), 1월과 8월에 각 8개(12.1%), 9월이 7개(10.6%)순으로 열린다. 매년 7∼10월새 축제 개최수가 35개로 전체 제주 축제의 53%를 차지, 축제의 '쏠림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제주 축제의 절반이 이 기간에 몰려 있지만 축제들이 1회성에 머물면서 예산만 낭비해왔다는 데 있다. 축제간 차별성이나 정체성을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올해 제주축제 예산은 50건에 사업비 65억7300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보조금지원(국비·도비)은 48억8400만원으로 74.3%, 자체부담은 16억89만원으로 25.7%에 그치는 상황이다.
제주축제 50건 중에서 정월대보름들불축제와 서귀포칠십리축제는 2006 문화관광부에서 각각 유망축제, 예비축제로 지정됐다. 반면 문광부의 예산이 지원되는 최우수(3억)·우수(1억 5000만원)에 제주축제는 한 건도 지정되지 못했다. 작년에는 전국에서 축제 45개(최우수 3·우수 7·지역육성축제 8·유망축제 9·예비축제 18)가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됐다. 예비축제를 제외한 27개 축제에는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2억5000만원까지 지원을 받았지만 제주축제는 여기에 끼지도 못했다.
‘국제적인 관광도시’를 자처하는 제주의 지역 축제들이 문화관광축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제주축제의 정체성과 차별성이 없는 축제를 매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축제들이 관광객 유치에 목표를 두면서도 관광객 없는 동네잔치, 골목길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관에 의해 민간에 행사를 위탁받은 단체 간부나 마을 유지들이 먹고 마시는 축제마저 수두룩하다. 게다가 축제에 지원된 예산(보조금)의 집행내역이나 정산서를 지자체에 제대로 제출하는 축제집행단체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지자체 시행 이후 지역간의 경쟁적 차원에서 급조된 축제들이 양산되면서 심지어 지역주민들마저 외면하는 축제도 많다.
◆과감한 축제구조 조정과 축제의 재평가 필요=오랫동안 제주축제에 대한 진단이나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런 가운데 제주대학교관광과 경영경제연구소는 2006년도 지역축제 분석진단(2005년 12월 현재)을 내놓았다.
이 분석진단에 따르면 2006년도 지역축제의 문제로 △획일화된 축제형태의 난립 △효율적인 축제추진 조직체계 미약 △적극적인 지역주민 참여 부족 △객관적인 축제평가 체계미흡, 재원조달의 한계 △특색있는 축제의 지속성과 정례화의 미흡 등을 짚었다.
제주축제가 난립하면서 축제내용은 차별화되지 못하고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제주축제가 그동안 예산지원은 있으되, 축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없이 선심성으로 집행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유사축제와 경쟁력 없는 축제에 대한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축제육성위원회가 구성돼 주목된다. 제주축제육성위원회에서는 도 지정축제의 선정과 대표축제 개발, 난립하고 있는 축제의 통·폐합 등에 관한 사항도 심의·의결한다. 지난 10월 구성됐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아쉽다. 축제 개최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축제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집행→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를 엄격히 분석하는 한편 제주축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 해부 및 구조조정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