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웰빙과 관광식품으로서의 제주말고기

2006-11-23     제주타임스

제주도에 어느 때부터 말이 서식하였으며 현재의 제주마가 제주의 고유종인지 아니면 과하마(果下馬)인지의 여부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좌읍 김령리 궤네기굴, 애월읍 곽지리 곽지패총, 한림읍 월령리 한들굴 등에서 무문토기와 함께 말의 치아와 뼈가 출토되었고, 고려사 지리지 탐라현조의 탐라국 개국신화에 고, 양, 부 삼을나가 벽랑국에서 온 사신으로부터 망아지, 송아지, 그리고 옥함에 들어있는씨앗을 건네받았다는 내용을 볼 때 청동기 시대에 이미 제주도에는 말이 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주마는 동서양의 다른 지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으로 1960년대까지 수천년 동안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농촌에 경운기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자전거와 모터싸이클에 이어서 버스와 트럭 그리고 자가용이 단계적으로 보급되면서 말은 운송수단으로서의 본래의 그 효용가치를 잃어버리고 근래에는 경주용으로만 사육되기에 이른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초부터 야산에서 ‘추렴’한 말고기를 제주도의 일부 식당에서 식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추렴한 말고기와 제주축협공판장에서 위생적으로 도축된 말고기가 동시에 전문식당에 공급되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옛날부터 말이 운송수단으로만 사용된 것 같지는 않고 일부에서는 식품과 약품으로도 사용한 것 같다. 식용으로 우리나라에서 말을 사용한 기록을 보면, 세종실록에 제주 조랑말로 만든 육포를 고래시대 이래로 매년 섣달에 임금에게 진상하였고, 세종대왕 초기에는 말고기 수요가 급증하여 중국 사신을 위한 피로연을 제외하고는 말 도축을 금지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말고기는 식품 이외에 약품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말은 신경통, 관절염, 빈혈에 좋고, 귀울림 치료에 탁월하며, 척추질환에도 좋다고 소개되고 있고, 의서인 방약합편에 의하면 말은 혈압을 낮추고, 심장, 폐, 그리고 대장질환에 좋다고 쓰여 있다. 오늘날 제주말고기는 웰빙과 관광식품으로 조금씩 알려지면서 2000년에 7,348마리에 지나지 않던 사육두수가 2006년에는 1만 4,689마리로 그 수가 크게 증가하였고 축산공판장의 도축두수도 2002년 209마리에서 2006년에는 500마리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도축된 말고기는 식당에서 갈비찜, 구이, 육회, 살짝 데쳐먹기, 삶은 창자, 생간 등으로 소비되고 있고, 부산물인 말뼈는 즙으로 만든 후 팩에 담겨진 후 약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말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은 1980년대 초에 한 두 군데에 지나지 않았고 2003년도까지만 하더라도 16개소에 불과하였으나 올해에는 50군데로 증가하였다. 현재 말고기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식단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즉, 한식으로 14종, 일식으로 7종, 양식으로 11종, 중식으로 7종이 개발되어 판매되면서 최근에는 다수의 일본관광객들이 말고기를 먹기 위하여 제주를 관광하는 식도락관광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말고기가 웰빙과 관광식품으로 정착되어 제주도의 독특한 식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야산에서 비위생적으로 도축되는 추렴을 금지하고 건강한 3-4세의 식용으로 사육된 말만을 도축하여 식당에 공급하는 식용마 관리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식품으로서의 고기는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고기는 식용으로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도가 말고기의 사육에서부터 도축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다양한 요리법의 개발, 그리고 말고기의 효능에 대한 연구와 홍보활동을 병행할 때 제주말고기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웰빙과 관광식품으로서의 자리매김이 가능하다고 본다.

고   승   익 (제주대학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