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ㆍ수업폐해' 초래

시행논란 벌였던 제주도교육청 '열린교실'

2004-07-27     고창일 기자

멀쩡한 것을 없애고 다시 만드는데 도내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할 소중한 교육예산 50억원 이상이 공으로 허비될 전망이다.

교육수장의 단견이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는 비난이 이는 가운데 도교육청은 복구예산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1996년 10대 도교육감으로 취임한 김태혁 전교육감은 초등학교에 '열린 교실'을 지향한다는 명분아래 학생들을 팀별로 나눠 대화 등을 통한 교육으로 학력신장을 꾀해야 한다면서 교실배치를 다시 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도내 초등학교 학생 정원은 학급당 45~50명, 도교육청의 지시를 따르다 보니 배치 공간이 부족했다.

결국 일선 학교에서는 도교육청의 지시대로 교실과 복도사이 벽을 허물어 '열린 교실'을 완성했다.

도내 104개 초등학교 73%인 76개교에서 792개 교실의 복도벽을 없앤 것이다.
소요된 예산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8년 가까이 지난 일이라 정확한 집계가 힘들다"고 밝히고 있으나 복구추정 예산 39억원과 합치면 '부쉈다가 다시 만드는' 헛공사에 무려 50억원을 웃도는 돈이 투입되는 셈이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도내 초등학교 정원은 35명으로 줄어 '열린 교실'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교실 공간이 넉넉한 것으로 드러나 교육수장의 단견과 임기 중 업적을 과시하려는 조급증이 예산낭비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열린 교실 정책이 어린이들에게 끼친 폐해는 학교생활에서도 나타났다.
교실이 연달아 이어져 있는 학교 실정 상 초등학교학생들은 자기 교실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다른 반을 거쳐야 한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은 그리 상관없지만 수업중인 다른 반을 지나치려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또한 수업중인 어린이들도 낯익은 옆 반 아이들이 자기 반을 지나칠 양이면 아는 체를 하는 등 수업 분위기가 산만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 동광초 6년 고모어린이는 "수업시간에 밖에 다른 일로 나갔다가 수업중인 다른 반을 지나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수업 중에 다른 반 어린이가 지나가도 자연히 눈길이 간다"고 '열린 교실'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에 일선 초등학교 교사들과 관계자들은 '다시 복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열린 교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 거주 학부모인 K모씨(39. 여)는 "자녀들이 옆 반 아이들 움직임에 신경이 쓰여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하소연을 자주 한다"면서 "아무래도 공부에 열중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군교육청 관내 C초등교 J모교장은 "당시 '열린 교실'이 추세였긴 했지만 수업에 방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칸막이 등 공사 예산을 교육청 차원에서 추경 등을 통해 마련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교실벽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일선 학교의 목소리로 예산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시 교실과 복도를 분리하는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