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밑줄 쫙-별표-돼지꼬리 땡땡
농협 자중자애해야
21일 말많고 탈 많았던 제주특별자치도금고가 농협으로 확정됐다. 농협으로서는 연 3차례나 도금고를 맡게됐으니 잔치집이다. 반면 제주은행은 행장이 직(職)을 걸고 매달린 만큼 침통 분위기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모습에서 제주사회의 극단면을 엿보게 한다.
한 방송사의 개그프로에서 우리사회를 풍자하는 개그가 최근 방송 광고를 통해서도 나온다.
가장 중요한 부분에 밑줄 그으라는 ‘밑줄 짝’에 ‘별표’, 그리고 ‘돼지꼬리 땡땡’까지 이어지는 우리네 중고등학교식 학습법을 인용한 개그다.
이왕 이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하고 싶다.
‘농협은 도금고 선정됐다고 으스대지 말라’에 밑줄 짝, ‘자중자애’에 별표, 그리고 ‘제주은행이 있다는 사실’에 돼지꼬리 땡땡.
또 있다. 이 개그를 통해 인기가 급부상한 개그맨의 통철한 풍자코너인 ‘하지~만 ○○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농협이 지역주민과의 밀접성, 공익성, 지역사회기여도, 이용편리성 등 전 분야에 걸쳐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거죠. 하지~만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사실”
이런 풍자가 나돌 수 있다는 점에서 농협은 다시한번 자중자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버려야할 개자추 콤플렉스
한국 사람에겐 억세게 강한 피해의식이 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임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싸울 때 상대방 보고 얼굴 내밀며 때려 때려하는 것이나 아침 굶은 시어머니 상통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며느리에 대한 항의를 아침밥 굶는 것으로 자학한 것이 다 피해의식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남들의 공감과 동정에 응석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자추(介子推)콤플렉스라고 한다.
고대 중국 진(晋)나라 임금 문공(文公)이 19년 동안 망명 방랑생활할 때다. 문공을 유일하게 따라다녔던 충신은 오로지 개자추 한사람 뿐이었다. 문공이 굶주릴 때는 허벅지 살까지 오려내 목숨을 잇게 해 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문공이 다시 나라를 찾았다. 이 때 많은 인재를 등용하면서 오직 개자추만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개자추는 금전산(錦田山)에 들어가 숨어버렸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문공은 사람을 시켜 개자추를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문공은 마지막 수단으로 산에 불을 질렀다. 불을 지르면 나올까 해서다. 그러나 개자추는 나무 한그루를 부등켜안고 불에 타 죽었다. 그래서 이 날만을 불을 피우지 못하게 했고 찬밥을 먹는 것으로 개자추를 애도하는 민속이 생겨났다. 바로 한식(寒食)이다.
승자가 있다면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정당한 패자의 개자추 콤플렉스는 영원히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찬밥을 먹느냐 안먹느냐는 피해의식에서의 탈출뿐이다.
피그말리온 법칙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얘기하나하자. 지중해에 피그말리온이란 젊은 조각가가 살고 있었다.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던 그는 사랑을 체념, 오직 조각에만 정열을 바쳤다. 그러다 여인의 나체상을 조각했다. 그 조각은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여인상이었다. 그는 이 여인상외에는 어떤 여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매일 꽃을 바치며 여인상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불을 지필즈음 소원을 비는 축제가 벌어졌다. 피그말리온은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그 여인상을 사랑하며 아내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순간 불빛이 번뜩 타올랐다. 신이 허락한 것이었다.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놀랍게도 온기가 느껴졌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피그말리온 앞에 수줍은 미소를 지은 것이었다. 피그말리온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인 신이 그 조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즉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과 같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 최선을 다했다면 패배는 순응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선없는 패배는 피해의식만 키울 뿐이다. 이제 다시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 도민들은 지성이면 감천에 밑줄 짝, 별표. 돼지꼬리 땡땡하라고 하지 않을까.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