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그로상생농장 방문기(4)

2006-11-14     제주타임스

항구 근처 현대그룹에서 운영하는 말쑥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북한 근로자도 3천명쯤 이 도시 가까운 어디쯤에 나와서 집단생활을 한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평양식당에 들러 북한음식도 먹어 보았지만 아무래도 대동강변 옥류관 음식만은 못한 것 같았다. 또 이 식당에서 『휘파람』이나 『반갑습네다』를 열창하는 곱상한 식당아가씨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네들은 외국에 나와 있지만 이 평양식당 밖으로는 단 한걸음도 외출이 금지된 식당감옥에 갇힌 생활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새장에 갇힌 새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처럼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블라디보스토크 항내에는 군함과 민간선박 수백척이 뒤엉켜 정박하고 있었지만 항구의 바닷물은 해수욕을 해도 좋을 만큼 깨끗이 관리되고 있었다. 바로 항구 옆 모래 사장에는 9월인데도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피서객들로 가득하고 또 근처 해변에 나와 뷔페니 불고기구이를 즐기는 가족들의 여유로운 모습도 보기 좋았다. 모든 러시아인 얼굴에 미소가 흐르고 러시아 동방 정교의 화려한 종탑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나라에 『종교는 아편』이라며 공산통치 70여년이 가능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고, 어떻게 그런 민중을 총칼로 다스려 나갈 수 있었는지 그 통치기술에 의문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 문학과 종교와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국민이었기에 역시 공산통치는 불가능 한것이 당연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 저런 것을 구경하며 항구관광을 마친 우리는 귀국길에 올랐다. 눈을 감으니 5박 6일 두만강 끝자락 저 핫산 동쪽의 땅 연해주에서 보낸 색다른 농촌 투어의 이색적 경험이 눈앞에 삼삼인다. 공산당이 무너져 내린 저 나라가 100년전의 식민활동을 하면서 다시 북한을 타고 내려와 우리를 괴롭히는 국가로 변신하는 일은 없겠지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가 자유를 추구하는 민주국가로 발전하기를 소망해 보는 것은 어찌 나 혼자만이 느끼는 감회일 것인가. 저 아름다운 항구는 이제 구름속으로 아슴프레 사라져 가고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지금 북태평양 바다위를 나르고 있다. 도브르겐(안녕) 블라디보스토크 ! 《끝》

홍   석   표 (제주산업정보대학 복지행정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