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열려있는 門, 닫혀있는 門

2006-11-12     임창준

올해에도 세계청렴국가 1위에는 핀란드가 차지했다. 한국은 2005년 40위에서 올해 42위로 뒷걸음질쳤다. 핀란드는 지난해 0.1점 차이로 아이슬랜드에게 잠시 내준 1위 자리에 복귀함으로서 최근 5년간 세계 최고의 청렴한 국가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처음으로 5점을 기록했고 올해도 5.1점을 기록하여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등수는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한국의 이러한 점수는 세계경제 선진국 OECD 회원국 평균점수 7.18점에 크게 못 미치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핀란드가 청렴국가 1위를 차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 한국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북 유럽의 아름다운 나라 핀란드, 우리처럼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하는 핀란드는 대통령 임기가 6년으로, 2005년 기준 GNI 지수(실질국민소득) 3만2790달러로 선진국이다.
1946년 독립후 비교적 짧은기간에 세계 청렴국가로 자리잡은 핀란드의 부패척결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하는 것은 '독립된 사정기구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전통의 독립된 사정기구의 활약은 사회구조적 부정, 부패를 억제하는 강력한 사회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핀란드는 독특한 반부패기구인 사정감독원을 1809년에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0년 역사의 사정감독원은 핀란드 최고의 법집행기구이며 의회 옴부즈만과 함께 정부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독립적인 헌법기구이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 공무원 등의 행정의 적법성, 공정성, 비리 등을 감시하고, 법정의 재판절차를 감독하는 기능까지 맡고 있다.
또한 완벽에 가까운 정보의 공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선진국의 공통된 비결이다. 관료의 비밀주의를 부정하는 투명한 정보공개로 인해 공공부문의 투명성이 확립됐으며, 이는 철저한 원칙의 준수로 이어지고 있다. 정보공개는 핀란드 헌법의 대원칙이라고 한다. 주식거래 관련 정보, 인허가 관련 정보, 학교운영 관련 정보, 납세내역 정보 등 부정, 비리의 소지가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보 공개의 일반화만이 부정과 비리를 막을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우리 국가청렴위원회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에서 지난 수년간 수뢰혐의로 처벌받은 공직자 수는 1996년 8명, 1997년 10명, 1998년 3명, 1999년 2명에 불과하다. 부정부패 공무원 문제로 연일 언론지상을 매우는 우리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정립됐다는 점도 꼽을만하다. 핀란드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금융거래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은행은 많은 현금을 보관하지 않으며, 한화 약 200만원 이상 현금 인출시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할만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정착됐다. 돈이 있는 곳에 부정, 비리의 소지가 있기에 돈의 흐름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 되고 있는 것이다.
청렴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김창룡 교수(인제대)는 “부패와 관련한 질문 자체가 부끄러운 사회, 정보공개를 통해 비밀을 남기지 않는 열린사회가 비밀이 많은 나라의 국민보다 더 잘 살고 더 행복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얼마전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가장 깨끗한 제주도청 공무원상을 기필코 구현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지역일간지에 기고했다.
하지만 기자가 각 실.국 사무실에 들어가면, 기안하거나 결재하던 서류를 금새 설합속에 들여놔버리거나 서류를 뒤집어 놓는 게 흔한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만이 아니다. 국가기관, 정부투자기관도 그렇다. 높은 간부들의 방은 큰 문으로 꽉 막혀있고... 무슨 말못할 비밀이 그리 많을까.
열려있는 문은 부패를 사양하며 내쫓지만, 닫힌 문은 부패를 유혹하며 초대하는 법이다.

임   창   준 (편집부국장/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