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그로상생농장 방문기 (1)

2006-11-09     제주타임스

지난달 초순 러시아 동쪽끝자락에 위치한 있는 연해주 농촌을 보고 돌아왔다. 연해주에는 소련 공산당시절 만들었던 콜호즈(집단농장)가 수십군데 있었지만 공산당 몰락후 이곳 농장은 모두 황폐화되었고, 이곳에 살던 농민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버려 10여년간 방치된 상태라고 한다. 나는 우연히 제주시 연동에 뿌리내린 종단 대순진리회의 초청을 받고 종단 본부에서 운영하는 연해주 아그로(농업이란 뜻의 러시아어) 상생농장 방문단(단장 강근호)에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아그로농장 본부가 있는 누비노부카 농장에서 첫날밤을 지내고 이튿날부터 농장 견학에 나섰다. 대형버스를 타고 아그로상생농장을 달리는 방문단 일행은 차창밖에 펼쳐진 장대한 평원에 넋을 잃고 모두 말을 잊었다. 벼가 심어진 농촌벌판이 비행장보다 너른듯 하고 농장은 한시간을 달려도 옥수수 밭과 콩밭이 끝나지를 않았다. 도대체 연해주 이 농장의 넓이는 얼마쯤 일까. 제주비행장 100개쯤 될까. 지평선 끄트머리가 하늘과 맞닿아 아스라이 보이지만 도대체 어느곳에도 지평선만 보이고 산이 없으니 정말 이 생소한 풍광에 우리는 모두 기가 폭삭 죽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황성옛터의 노랫말처럼 잡초만 무성한 이 일대 농원에 재건의 깃발을 높이 들고 우리나라 대순진리회 종단 이유종 종무원장이 뛰어든 것은 지난 1998년, 이 광야에 트랙터와 덤프트럭과 직파기 등 100여대의 영농기계가 투입되어 우렁찬 굉음을 울리며 본격적인 영농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그동안 이종무원장은 9군데 콜호즈 4억5천만평의 농장을 49년간 임대하고, 이 땅에서 허덕이던 카레스키인과 러시아인들을 불러모아 꺼져가는 농장의 불씨를 살려내고 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농장 중앙에 있는 제분공장 『호롤』이 제분소는 이 일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제분하는 곳인데, 빛바랜 목조와 블록조 3층 건물은 헐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서 마치 러시아 농촌의 가난을 보는듯 했다. 그런데 공장안에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놓여진 철로는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제품을 실어 나르도록 한 대규모의 공장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600평도 넘음직한 공장안에는 새로 들여온 한국산 제분기며 수십종의 제분시설이 벨트 콤베어에 물려 자동화상태로 움직이고 있고, 지난 가을 생산된 콩이 공장 가득 쌓여 있었다. 이 엄청난 콩이 특수 가공 처리되어 두부며, 국수며 각종 식품으로 포장되어 나갈 것이라니 놀라운 일이었다. 하긴 그랬다. 일본이 만주를 점령했을때 부터 만주일대의 콩생산량은 세계 콩생산의 35%를 넘었다고 하니 오늘 우리가 연해주 평원에서 콩을 제분하는 대규모 공장의 크기에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가로 16km 세로 30km가 넘는 대 평원이 바치모브카 농장이고, 다시 이웃에 있는 루비노부카 농장 역시 그만큼 커서 도무지 땅 너르기를 가늠해 볼 수가 없다. 말이 5억평이지. 그 넓이는 제주도 넓이에 가깝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인지 대충 짐작할 뿐이다. 이유종 종무원장은 아누친스키군 소재 젬취지느농장 7,150ha를 사들여 이땅에는 모두 벼를 심었는데 가을 벼가 벌써 묵직한 알곡을 품고 상큼한 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관계시설도 몇년새에 거의 복원됐다고 하는데 이 농장 농로만 326km, 물을 대는 수로는 423km나 되니 우리 일행은 이 농장 전부를 본 것이 아니라 겨우 한 귀퉁이를 한 두어시간쯤 돌다가 돌아선 셈이다. 제분소가 있는 농장에는 사슴도 370마리, 이웃에 있는 8,400ha의 장대한 네스테로프카 농장엔 젖소 380여마리가 풀을 뜯는다. 2,100ha의 코르닐로트카 농장엔 부업으로 키우는 돼지만도 400마리, 9,200ha의 아방가르드 농장에서는 양봉도하고 젖소도 기르며, 또 다른 농장에도 양과 젖소를 수백 마리씩 부업으로 키우고 있었다. 이 모든 농장시설은 80여명의 고려인(카레스키)들이 고용되어 감독 역할을 하고 근처의 600여명의 러시아 일꾼들의 일터가 되어 주고 있었으니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다음호에 계속 》

홍   석   표 (제주산업정보대학 복지행정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