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차량 속출...자동차 수난시대

정비공장 마다 ‘장기 입고차량’ 가득

2004-07-24     정흥남 기자

자동차 ‘수난시대’
정비공장 마다 ‘장기 입고차량’ 가득
방치車 보관소도 ‘만원’... 경제난 ‘소유권 포기’ 잇따라
제주시내에만 최소 500대


23일 낮 제주시 화복공업단지 소재 한 공업사.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가운데 이 공업사 10여명이 정비사가 교통사고 등으로 부서진 차량들을 정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형 철제 선풍기가 제공하는 유일한 ‘시원한 바람’에 의지해 이들이 작업하고 있는 바로 지척에는 부서지고 찌그러진 ‘정비대상’ 차량 10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또 공업사 한편에는 정비를 마친 차량 6여대가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세워져 있었다.

이 공업사에 만 차량 정비를 의뢰한 뒤 차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차량이 이처럼 20대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곳 공업단지 자동차 정비업소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같은 시간 화북동 공업단지내에 소재한 제주시 방치차량 보관소에도 최소 3개월 이상 찾아가지 않은 장기 방치차량 60여대가 따가운 햇살을 고스란히 맞으며 보관소 공터 300여평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제주시내 자동차 정비업소는 종합정비업소가 25곳, 소형 18곳을 비롯해 부분정비업소 228곳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271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들 정비업소 가운데 종합정비업소와 소형 정비업소는 정도의 차이가 뿐 대부분 업소마다 5대이상의 이처럼 정비를 의뢰한지 최소 1개월 이상 되는 이른바 ‘장기 입고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시는 관내 종합정비업소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 가운데 수리를 마친 ‘장기 입고차량’만 해도 100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시는 이달들어 관내 소형이상 정비업소 26곳에 대한 조사를 벌여 장기 입고차량 가운에 지방세를 체납한 차량 24대를 적발하기도 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부서진 차량의 수리비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또는 체납 자동차 세금 등을 내지 않아 차량을 장기간 방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제주시는 시내 공업사와 방치차량 보관소에 방치된 차량만 해도 최소 300대는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제주시내 대규모 공영 및 아파트 주차장 등에 장기간 방치된 차량까지 포함할 경우 방치차량은 이보다 크게 늘어 최고 500대는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차량들의 수난시대가 도래하면서 차량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폐차 등의 수순을 밟지 못한 채 아무곳에서나 수명을 다하는 이른바 ‘자동차 고려장’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방치차량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리비용 마련과 체납 자동차세 납부 등 경제사정 때문”이라면서 “특히 최근처럼 고유가 시대와 경제난이 겹칠 경우 방치차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