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天不生 無祿之人이다
천불생 무록지인(天不生 無祿之人)이라 했다. 하늘은 녹(祿) 없는 사람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나름대로 ‘녹’을 갖고 탄생하는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녹’이란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봉록(俸祿=급료)이 아니다. 인간 각자가 천부적으로 갖고 있는 재주나 일인일기(一人一技)를 뜻함이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런데 왜 인간들은 개인마다 타고난 재능과 기량을 몸에 지니고 태어나려는 귀중한 생명들을 애써 외면하려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전 세계는 출산율의 급감으로 비상이 걸렸다. ‘인구 재앙’이니 ‘경제 재앙’이니 하는 표현들도 그래서 나온다. 홍콩 같은 데서는 15~49세의 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 즉 합계출산율이 연 평균 0.9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남녀 두 사람이 합쳐 평생 자녀를 1명에도 못 미치게 낳는다면 금세기 내에 인구재앙이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의학의 발달로 인간 평균 수명이 연장 추세에 있음을 감안하면 노동인구의 태부족으로 경제재앙 또한 있을 법한 일이다. 홍콩뿐이 아니다. 주요국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미-일-영-불 등도 합계 출산율이 1.29에서 2.05명 사이에서 맴돌고 있다. 아무리 의술이 발달했다 해도 출산한 아이들을 100% 다 키울 수는 없다. 질병-사고-전쟁의 희생자도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인구의 주요 감소 요인이다. 인구를 현재 규모로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돼야한다는 이론도 있다. 그럴 것이다. 부부가 둘만 낳고 죽는다면 어느 시기까지는 인구가 증가하겠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증감이 평행선을 유지할 것이다. 질병-사고-전쟁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0.1명의 에누리는 당연하다. 사실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를 걱정할 계제에 있지 않다. 인구재앙의 불덩이가 이제 막 우리의 발등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합계출산율이 겨우 1.08명이다. 홍콩을 제외한 미-일-영-불보다도 훨씬 낮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질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당황한 우리 정부는 각종 출산 장려 책을 마련하고 있다. 근로자의 육아 휴직이 가능토록 하는 법을 만들었고, 내년에는 육아휴직 급여를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며 2008년부터는 만 3세 미만의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 근무 시간 단축제도도 마련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출산 장려 비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시간적 지원만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느냐는 것은 의문이다. 심지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더라도 과연 한 쌍의 부부가 자녀를 3~4명씩 두겠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근본 대책은 교육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국민하교는 물론, 중-고-대학에 이르기까지 교과서를 개편, 인간의 최귀성(最貴性), 인명의 존엄성 교육부터 실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가치가 물질과 명예와 지위에만 있지 않고 각자 타고난 재능과 기량을 연마하면 제일인자가 될 수 있다는 데도 있음을 교육해야 한다. 만약에 박지성, 박찬호, 이승엽, 이봉주, 최홍만 등이 서울대에만 연연했다면 오늘의 영광이 있었을까. 또한 에디슨이 만약 셋째 아들이라 가정하고 그가 만약 하나나 둘만 낳기의 희생물이 되었다면 오늘의 인류문명이 가능했을까. 출산율 높이는 근본 대책은 교육과 인간 생명을 중시하는 도덕성 회복 운동에 있다고 본다. 천불생 무록지인(天不生 無祿之人)인 데, 자녀들을 대학 입시의 희생양으로 삼고, 잘먹고 잘쓰고, 잘입도록만 키우려는 것은 부모들의 헛된 욕심이다. 인구폭발로 인류가 위기에 처한다는 학설은 오늘을 예측 못한 낡은 이론이 된지 오래다.
김 경 호 (편집국장)